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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꿀벌 Mar 16. 2022

당신은 어떨 때 잠이 안오나요?


언제 잠들었을까. 여섯시다. 아직 어둡다.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들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려는데 입이 아프다.


...입가에 물집이 생겼다.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잔 탓이다.


내 몸이지만 이해가 안된다. 일이 많아 시간 없을 때는 그렇게 머리만 대면 잠이 오더니, 이제 푹 잘 수 있는 시간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리 누워있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덕분에 하는 일도 없는데 며칠밤이라도 샌 사람마냥 다크써클이 내려오고, 입가에는 물집이라니. 퍽 피폐한 몰골이다.


정말 궁금하다.

왜 잠이 안오는 걸까?


내일 당장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일이 오면 안될만한 사건도 없고, 단지 나는 바쁜 날 꿈에 그렸듯 정말 한숨 푹 자고 싶을 뿐인데. 

어릴 때는 정말 몰랐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어리지 않다. 나는 나를 알고 이다. 


내가 잠을 못자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① 기력이 남았다는 뜻이다. 아니, 정확히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못했다는 뜻이다.

공부만 아니면 재밌을 것 같은 고등학교 시절이 그랬다. 정말 양심에 찔리지 않을 만큼만 공부하고 열심히 놀다 잠에 들려하면 새벽 두시까지 깨어 있고는 했다. 그때는 성적이 걱정되어, 불안한 마음에 잠에 못드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일이 오는 게 싫고, 불안할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온 힘을 다해 한 날은 쓰러지듯 잠이 든다. 쓸데 없는 것들을 하며 똑같이 하루라는 시간을 다 채워도, 나의 무의식 알고 있다.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아직 잠들 수 없는 것이다. 


②기대 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 벌어지려 할 때

살면서 이런 경험을 누구나 할 것이다. 어릴 적 소풍 가기 전, 수능 보기 전, 면접 보기 전, 첫 입사 하기 전 날은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휘젖고 다닌다. 설레는 것 과는 조금 다른다. 걱정 반 기대 반? 싱숭생숭.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일이 벌어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꿈에 그리던 연봉을 제안 받았을 때, 갑자기 내 책이 출판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자고 나면 이게 꿈일까 싶어, 이게 정말 현실이 맞나 싶어 뜬 눈으로 밤을 세다 지쳐서야 잠에 든다.


③생활 리듬이 바뀌었을 때

어릴때 밤새서 게임하다 학교에서 자는 생활을 하다보면, 밤에 정신이 말똥하고 낮에 잠이 쏟아진다. 혹은 시차가 많이 나는 외국을 놀러갔을 때, 여기는 밤인데 내 몸은 아직 낯에 있을 시간이라 그런지 잠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게 이틀 정도 맞춰서 생활해주면 잠에 들 수 있었다.




이 중에, 가장 오래 가면서 가장 깨닫기 힘든 증상이 ①이다. 이 경우, 대게는 하지 않아도 될 일들로 하루를 가득 채우고 있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기 어렵다.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는데?


하지만 사실은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 내가 별로 하고 싶지 않거나, 어려워 하는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당장 이걸 하고 싶지 않아 핑계로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미뤄 둔 일을 해야겠다. 마음 껏, 기분좋은 잠을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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