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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꿀벌 Mar 17. 2022

Z세대를 MZ으로 묶어도 괜찮을까?

당근거래 후기


나는 마지막 M세대다. 하도 MZ세대라고 부르기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었다.


Z세대는 뭘까? 마지막 알파벳인 Z는 20세기의 마지막 세대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래서 95년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을 Z세대라고 한다는데, 보통 95~04년까지를 말한다고. 20세기의 마지막 세대라는 뜻인데 왜 2000년생들이 들어가는지 의문이지만,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 끝과 처음에 걸쳐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을 이제 막 스무살이 된 푸릇푸릇한 아이들과 같은 세대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자본주의 세대라고 부른다는 ‘요즘 애들’은 언뜻 듣기에도 나와는 다른 점이 많아 보였다. 나는 대학생들과 말투도, 사고방식도 너무 다른 것 같은데, 우리를 모두 똑같은 MZ세대라고 일컬어도 되는 걸까? 흔히 MZ세대는 스마트폰이 대중화 된 시기에 10대를 보낸 계층을 뜻한다.

그래서 패드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게 자연스럽고 부담스럽지 않은 세대란다.


내가 처음 스마트 폰을 잡았던 건 중학교 2학년 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 막, 갤럭시 시리즈가 처음 나왔다. 물론 그전부터 초콜렛 폰 같은 터치 폰이 나왔지만, 진정한 스마트폰은 아이폰과 갤럭시가 아닌가.

중학교때 처음 갤럭시를 쓰기 시작했고, 고등학교때 처음 아이패드 2세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아이패드는 지금만큼 성능이 좋지도, 스마트 키보드가 있던 것도 아니라, 노트북을 대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패드보다는 스마트 폰이 훨씬 유용했고, 패드는 노트북도 핸드폰도 아닌 애매한, 하지만 있으면 뭔가 멋있는, 큰 화면의 게임과 피아노 연주를 하고, 가끔 사진을 찍고(당시에는 화질도 안좋았다) 대체로 강의를 듣는데 사용했었다.


그래서 나와 친구들은 대학교에 들어가면 무조건 노트북을 샀다. 노트북으로 과제를 하고 노트북으로 강의를 들었다. 아주 간혹, 노트북으로 필기를 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게는 종이 책과 eBook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졸업할 때 쯤 텍스트북이 사라졌다. 모든 책은 전자도서로 배부 되었고, 참고 도서를 찾을 때나 눈이 아파 도서관을 찾았었다.

그때부터 서서히 패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생겼고, 아이패드도 프로 시리즈가 나왔다. 하지만 중학교때부터 쭉 노트북을 써온 나는 여전히 노트북이 편했다. 다른 친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처럼 친구와 통화를 하던 도중, 한참 주식에 빠져있던 친구가 말했다.


“너, 메타버스는 어떻게 생각해?”


들어본 적은 있었고, 뭔지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흥미는 없는 주제였다. 가상현실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생활을 한다는 것이, 아직은 현실화 되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 아닌가. 아무리 게임을 많이 한다 한들, 실제로 만나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지 않은가.


“대중화 되려면 앞으로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


그러자 친구는 생각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애들은 노트북을 안쓴데”


응? 나는 놀랐다. 노트북을 안쓰면 대체 뭘하면서 논다는 말인가. 노트북으로 글도 쓰고 게임도 하고, 편집도 하고, 줌도 하고, 영화도.. 아니 도대체 노트북 없이 어떻게 살지? 그러자 친구가 대답했다.


요즘 애들은 패드만 쓴다더라. 우리는 이제 기성세대가 된거야.”


뭐라고?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사실 그리 얼리어터도 아니거니와, 기계에 큰 관심도 없던 나는 고등학교시절의 아이패드와 대학교 시절의 갤러시 탭 5세대를 끝으로 더이상 패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기능에 한계도 있었고, 무엇보다 나는 게임이 좋았다.

패드로는 할 수 없는 게임이 너무 많았다. 그럼 요즘 애들은 게임을 안한다는 말인가?


게임은 집에서 데스크탑으로 하거나, 피시방에 모여서 한다고 대답했다. 내심 믿지 않았다. 에이. 설마.


그러다 곧 출국을 앞둔 어느 날, 내 노트북이 고장났고, 수리를 받으려 했으나 부품이 없는 관계로 떠나기 전에 수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때마침 영상 편집에 관심이 가던 나는 이 기회에 노트북을 처분하고 아이패드를 사기로 했다.

노트북이 패드에 대체제가 될 거라 믿었던 건 아니다. 어차피 도착하는 날 회사에서 노트북을 호텔로 보내줄 거라 했기 때문이다. 정 노트북이 필요하면 회사 노트북으로 하면 되지 머.


나는 이제 돈을 허투로 쓰지 못하는 사회인이었기에, (사실 새 기종을 사도 활용을 못한다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대충 리뷰 영상들을 찾아보고 영상 편집에 무리가 없는 모델을 구입하기로 했다. 물론, 중고로.



하지만 찾다보니, 영상편집에 무리가 없으려면 적어도 128GB의용량이 필요했고, 카메라를 신경스다 보니 결국 아이패드 프로 3세대 이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스마트 키보드를 알게 되었다. 스마트 키보드는 패드가 노트북을 거의 완전히 대체하도록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노트북처럼 키보드와 마우스 패드가 있고, 데스크 탑을 하듯 모니터의 각도를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따로 연결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나는 아이패드 프로 4세대와 스마트 키보드를 함께 구입하기로 하고 한 카페에서 판매자를 만났다. 채팅으로 잠깐 기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나는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는 아저씨가 나올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백만 원 상당의 디지털 기기를 팔러 나온 사람은 이제 막 스무살이 된 학생이었다. 이렇게 어린 학생이 백만 원이 넘는 기기를 판다니! 게다가 그 학생은 아이패드를 여러개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조금 더 예전 모델이지만 화면이 크고, 내게 판매하는 아이패드는 조금 더 최신 모델이지만 화면이 작아, 최신모델에 화면이 큰 아이패드를 사려고 나머지 두 개를 모두 처분하는 중이라 했다.


거래가 빠르게 끝났지만, 일인일음료라는 카페의 원칙에 따라 주문한 음료가 남아 있어 섣불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나는 이 기회에.커피나 마시며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기로 했다. 나는 여러가지 질문을 했지만 대체로 이랬다.


1. 정말 노트북을 안쓰고 모두 패드를 써요?

학생은 일반화를 할 수는 없으나,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모두 패드를 써요.


2. 가장 많이 쓰는 어플이 뭔가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유투브, 트위터

*그렇다. 카카오톡은 위대했다. 내가 10대부터 쓰기 시작한 카카오톡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니. 페이스북은 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의외였던 건 트위터였다. 트위터는 우리 윗 세대가 많이 사용하던 SNS로, 우리 세대에는 별로 유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대열에 들어온 모양이다.


3. 가장 많이 쓰는 브랜드가 뭐에요?

아디다스, 나이키? 특별히 정해진 건 없고, 관심 있는 분야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가구에 관심이 많으면 가구 브랜드에, 옷에 관심이 많으면 옷에. 저는 딱히 옷에는 신경을 안쓰거든요.


4. 주변에 예술 전공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건 학생이 예술계라 물어봤다)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무조건 공부해야 된다 그런게 있었다는데, 저희때는 그런건 많이 사라져서, 공부는 할 애들만 하고. 대신 한다면 중간 이상은 해야 원하는 직업을 찾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뭐를 하든 잘하면 성공하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그냥 다들 좋아하는 걸 공부하는 것 같아요.


5. 혹시 저 몇살같아 보였어요?

채팅하면서는 20대 후반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봤을 때는 그냥 대학생 같아 보여요.



나는 이 대답들이 꽤 충격이었다. 물론 이 친구가 유복한 환경이었을 수 있고, 이 친구가 Z세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가 어렸을 때 들었던 말과는 많이 달랐다. 그냥 좋아하는 걸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부분이 좋아하는게 뭔지 알고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좋아하는 걸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알았다. 어떤 분야든 성공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우리 때는 ‘좋은 직업’이라는 게 있었다. 당시 어른들이 말하던 좋은 직업은 정해져 있었다.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게 아니라면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미래에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었다. 지금도 물어보면 ‘어릴 때 꿈은 딱히 없었다’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말에 깊은 동의를 하면서도, 학벌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이 세대가 조금 부러웠다.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두 살 위인 언니와 한참을 이야기 했다.


화장품도 먹는 것도 비타민도 발전하며 우리의 외관은 많이 젊어졌다. 시대를 조금씩 빗겨가고 있는 것도 같다. 관리에 따라 30대도 20대같아 보이고, 화장법에 따라 20대도 30대 같아보인다. 외면은 이렇게 비슷한데, 속은 어찌 이리 다를까?


MZ세대가 스마트기기에 익숙해져있고, 받아들이는 데에 부담이 없는, 십대부터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 세대를 말한다면 우리는 같은 세대가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토록 다른 생각 다른 사상 다른 교육을 받으며 자란 우리가 하나의 세대로 묶여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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