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4일 월요일. 기억을 잃었다. 나의 머리에서 대여섯 시간의 기억이 송두리째 뽑혔다.
전날 대학 신입생이 된 아들 태루는 연합 MT를 떠났고, 그날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 시오는 첫 등교를 했다. 나는 오전 약속이 있었다. 시오의 초등학교 1학년 같은 반 학부모로 만나 밥도 커피도 술도 그리고 일상도 나누는 엄마들과. 그즈음 들어 잠을 설치는 날들이 잦아서 무거운 몸으로 약속 장소인 카페로 향했다. 나는 카푸치노를 홀짝이면서 말했다.
"커피가 참 진하네..."
내가 입으로 내뱉은 말인지, 머릿속에서 생각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눈이 잠시 감겼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저녁 어스름이 깔린 내 방의 침대 위였다. 내 옆으로는 탁상용 캘린더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캘린더 뒷면 공백에 오전에 함께였던 은호언니-보통 자녀를 매개로 학부모 친구가 되면 아이들 이름을 앞에 두고 손윗사람에게는 언니라는 호칭을 붙인다-와 시오의 메모가 빼곡히 쓰여 있었다. 내가 식사도 제대로 못했고, 누구의 차로 집에 돌아왔고, 친할머니가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고, 실수한 일은 없다는 은호언니의 메모였다. 그 아래로 시오의 메모가 이어졌다. 자신의 고등학교, 학년, 반, 번호와 태루의 대학교 전공과 현재 MT를 갔고, 그 외 질문은 자고 나면 말해주겠노라고. 그리고 마지막 메모는 이러했다.
엄마(You)의 나이는 올해 48세.
마음을 짓누르는 코르셋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