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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교진 Dec 01. 2016

36살까지 편의점에서 일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열한번째 책]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

‘취업 해야지’, ‘취업 안 해?’


어른들이 나 걱정해서 말에 내가 예민하고 날카롭게 반응하면 주변 사람들은 대개 그 이유를 취업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하긴, 취준생 10명 가운데 7명이 취업 준비로 인한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하니 아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늘 이 예민함과 날카로움이 그저 취업이 되면 사라질 한시적 불안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목부터 차오르는 불편함, 언짢음은 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편의점 인간>이 그 답을 알려줬다. 대학-취업-결혼의 경로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암시하고 은근히 압박하는, 걱정을 가장했지만 사실은 ‘무례’하기 그지없는 저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에게 프라이버시 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얼마든지 흙발로 밀고 들어와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거나 사냥하러 가서 돈을 벌어 오거나, 둘 중 하나의 형태로 무리에 기여하지 않는 인간은 이단자에요. 그래서 무리에 속한 놈들은 얼마든지 간섭하죠.
-<편의점 인간>, 시하라가 후루쿠루에게 한 말-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한다.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편의점 인간>, 후루쿠라가 동창회에서 얻은 깨달음-  


이 소설의 주인공 후루쿠라는 ‘보통’이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생각하는 방식이 어딘가 4차원스러운 것이다. 평범한 무리에서 도드라지는 이 ‘삐져나옴’이 자신은 괜찮지만 가족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고 보통의 사람인 척 살아간다.      


보통의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며 세계의 톱니바퀴가 되 듯, 후루쿠라 역시 이를 따라간다. 편의점에서 매뉴얼대로 손님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고, 물품을 진열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투를 따라하면서 정상적인 인간임을 계속 유지한다.  36살까지 말이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후루쿠라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후루쿠라 게이코' 그 자체가 아닌 편의점 점원으로서의 후루쿠라만이 정상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후루쿠라는 후루쿠라가 아니라 <편의점 인간>인 것이다.  순진한 4차원 소녀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사실 그 누구보다 이 시대에 저항적이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시라하 씨를 만난다. 현재는 남자가 사냥을 하고 여자가 집안을 돌보는 조몬 시대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조몬 시대와 다른 없는 현재를 비판하면서도, 힘센 남자가 미인을 차지했던 조몬 시대와 같이 성공해서 미인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시라하의 이 양면적인 태도는 오늘 날 우리의 삶이 과연 얼마나 인간다워졌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이 의미하는 바는 더 깊음에도, 엉뚱하게도 나는 ‘과연 알바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만족하고 또 알바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나는 과연 주의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알바만을 하면서 살 용기가 내게는 있는가.  


그리고 또 한 가지, 혹시 나는 인간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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