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물보라 소리를 냈으면
“아니, 뭐가 그렇게 급해요?”
가라앉을까 봐요….
수영 선생님의 지적에 혼잣말을 한다.
선생님이 내 다리를 잡고 바른 자세를 알려준다.
“다리 힘 빼고, 엄지발가락이 스치듯이!”
일단 힘 빼기가 안 된다. 킥판을 잡고 있는데도 여전히 물을 두려워한다. 선생님이 자세를 교정해 주는 순간에도 킥판을 꼭 붙드느라 아무 생각이 없다.
수강생 30명이 줄지어 서 있다가 차례로 출발한다. 중간중간 나 같은 폭탄이 있으면 지체된다. 내 뒤에서 출발한 사람이 곧 따라올 것만 같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안 되겠다.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봐야겠다. 마치 모터 달린 무언가가 지나가듯 파바박팍 힘차게 앞으로 나간다. 저렇게 하는 거였어?
나는 발차기할 때 물이 튀면 민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수영장에 가서도 발차기가 요란한 사람들 옆에서 물보라를 맞는 축이었기 때문에 그게 잘못된 건 줄 알았다. 마치 백조처럼 물속에서 얌전히 움직이는 것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 발차기가 엉터리였다. 무릎을 펴라는 말에 뻗정다리처럼 움직인 게 문제였다.
집에 와서 유튜브 몇 개를 봤다. 수면에서의 각도, 발을 찼을 때의 움직임 등을 이론적으로 설명해 주는 영상이 도움이 됐다. 선생님이 팔을 들어 발차기 원리를 설명해 준 게 이제야 제대로 이해됐다.
무릎을 굽혔다 폈다, 발차기할 때마다 퉁퉁퉁퉁 소리가 들린다. 오, 새로운 발견. 물이 호응하는 듯한 그 소리가 좋다. 내 힘으로 가는 게 느껴지는 울림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그런 순간은 아주 잠깐이다. 쉽게 지친다. 엄청나게 많이 나갔겠거니 생각하고 고개를 들어보면 허무할 정도이다. 도대체 효율성이 없다. 발목을 이용하라는데 쉽지 않다. 힘은 힘대로 들고 생각만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킥판 잡고 발차기만 하는 것도 힘든데, 다음 과정은 숨 쉬기가 추가된다. 음~파! 분명히 숨을 내뱉은 것 같은데 숨이 차다. 입만 벙긋했다는 걸 선생님이 바로 알아본다.
“제대로!”
“왜 숨쉬기가 잘 안 되죠?”
“발차기가 잘 안 돼서 그래요.”
맞다. 숨 쉬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발차기가 멈춘다. 가라앉을까 봐 숨도 제대로 안 쉬고 다시 얼굴을 묻는다. 계속 발차기로 버텨 줘야 하는데 힘이 달린다.
코어 근육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준비운동 때부터 버거웠던 것. 파워의 문제라는 걸 이제야 알겠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체육인’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새벽에 수영하고 오후에 헬스장에서 운동한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운동하는 때인 것 같다. 그래봐야 남들에겐 워밍업 정도에 지나지 않는 강도지만 내 속도대로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수영 갈 준비를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지금부터 20년은 수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담, 열심히 해야지.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힐 수 있으니 제대로 배워야지. 그래, 잘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