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어, 토닥토닥
“요즘 뭐 해?”
“나, 새벽반 수영 강습 다녀.”
“체력 약한 사람이 웬일이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동네 친구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자기랑 수영장 한번 가잔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내가 갑자기 수영이라니, 그것도 새벽반(7시도 새벽반이다) 수업을 듣는다니 이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힘들어하는 중이다. 3시 15분, 4시 40분…. 마지노선인 5시 45분 알람이 울릴 때까지 자면 되는데 자꾸만 깨서 시계를 들여다본다.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게 쉽지 않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한다. 거울 속 내가 힘들어 보인다. 느릿느릿 양치질을 한 다음 수영장으로 향한다.
첫날은 당황스러웠다. 7시 수업이니 당연히 주차 공간이 넉넉할 줄 알고 수영장으로 향하는 최단거리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섰는데 웬걸. 만차다. 지상주차장도 마찬가지. 겨우 골목길을 찾아 한쪽에 주차한다. 한없이 이른 시각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미 들어와 있는 6시 수강생과 7시 수업팀, 그리고 자유수영까지 몰리는 그 시간은 꽤 붐볐다.
남들보다 일찍 도착할 자신이 없는 난 스포츠센터 주차장은 포기하고, 지정석처럼 골목길에 차를 댄다.
키오스크에서 라커룸을 배정받는 것도 처음엔 당황했다. 등록할 때 받은 수강생 QR코드는 어찌 된 일인지 인식되지 않았다. 핸드폰 번호로 정기회원 인증을 받고 몇 번의 버튼을 누른 다음 입장권을 출력한다. 라커룸을 거쳐 준비대에 필요 물품을 놓고 샤워실로 향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샤워기 틈으로 들어가 씻어야 하다니, 낯설다. 에라 모르겠다. 안경을 벗었으니 어차피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남들도 그랬으면 싶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으니 초스피드로 샤워를 마친다.
수영복이야 U백이라 입기도 편하다. 문제는 수모. 모자 안쪽에 두 손을 넣어 써보려 하는데 쉽지 않다. 헤어밴드로 묶은 머리카락마저 풀어질 것 같다. 어찌어찌 수경까지 무사히 장착. 도수수경이라 거울 속 내 모습이 잘 보이긴 하는데 어색하다. 머릿발도, 체형을 감춰 주는 옷도 없는 그 생생한 모습이 예쁠 리 없지 않나.
수영장에 들어서니 스멀스멀 수경에 김이 찬다. 안 보이면 안 되는데, 불안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안전관리 선생님한테 물어본다. 이거, 안티포그라던데 왜 이러죠? 처음 수영장 안에 들어오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님 뽑기를 잘못해서 그럴 수도 있단다. 시간이 지나니까 시야가 조금씩 밝아진다. 안경점에 다시 가서 바꿔야 하나, 귀찮다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이제 수모쯤이야 유튜브에서 배워서 잘 쓴다. 뒤집어서 물을 채운 다음 정수리 위에 놓으면 착, 실리콘 모자가 내 머리에 감긴다. 이게 되려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잘 써진다. 수경도 아직까지는 안티포그가 잘 유지되고 있다. 김이 차오를 땐 수영장 물을 한번 적셔주면 되는 것을, 첫날의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수영을 마친 후의 락커룸은 북새통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명확하게 두 부류로 나뉜다. 나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대충 말리고 후딱 짐을 챙기지만, 회사로 바로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은 분주하다. 드라이어로 잘 말린 머리에 헤어롤로 세팅하고, 정성 들여 화장을 한다. 아침 운동을 하고 일터로 향하는 루틴을 유지하는 사람들,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체력의 소유자들이다. 진심 존경스럽다.
한편 나는, 수영을 다녀오면 마치 하루의 에너지를 모두 쓴 듯 피곤이 몰려온다. 꽤 힘든 공복 운동을 한 건데 특별히 식욕이 솟구치지도 않는다. 간단히 준비해 아침을 챙겨 먹고 나면 몸이 더 노곤해진다. 졸음을 쫓으려 피아노를 쳐 보기도 하지만 소용없다. 그렇게 근근이 버티던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침대에 누웠나 보다. 낮잠 무용론자였던 내가 스르르 잠에 빠져든다. 30~40분쯤 잤을까. 생각보다 개운하다. 아니, 이제야 좀 살겠다. 이래서 다들 낮잠을 권하나? 걱정한 것처럼, 낮잠을 잔다고 저녁 수면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젠 애써 피하지 않는다. 열심히 운동해서 피곤한가 보다, 조금 쉬어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 원래 아침형 인간도 아니잖아. 스스로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