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분, 뭐지?

뭔가 좀 되는 것 같은데?

by 데이지

“아직도 자유형 진도가 다 안 나갔어?”

거실에서 우스꽝스럽게 팔젓기 동작을 연습하는 내게 J가 답답하다는 듯 묻는다. 자기는 초등학교 때 그냥 한 달 안에 다 배운 것 같다나. 어릴 때라 빨리 배웠을 수도 있지만, 인간이란 원래 자신이 습득한 기술은 쉽게 배운 듯 얘기하지 않나. 아마도 그럴 것이다.


똑같은 초급반인데 새벽 6시반은 진즉 배영을 배우고 있으니 우리 반 진도가 느린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찬찬히 기본 동작에 충실하게 가르쳐 주는 우리 반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 좋다. 때론 진짜 어린 학생이 된 듯하다.

풀에서 킥판을 잡고 몸을 구부린 채 걸어가며 팔젓기 동작을 하던 어느 날. 자세가 영 시원치 않았는지 선생님이 모두 풀장 밖으로 나오란다. 설마 단체 기합인가 했더니 킥판을 깔고 엎드리란다. 그야말로 맨땅에서 수영하기. 왼팔 오른팔, 천천히 자세에 집중하면서 손목 돌아가지 않게 팔 돌리기 시작!

팔젓기 동작이 익숙해지자 사이드킥 연습이 이어졌다. 왼팔을 쭉 뻗어 킥판을 잡고 오른팔은 앞쪽 호주머니 위치 정도에 붙인다 생각하며 헤엄치기. 관건은 지금까지 배운 발차기와 다르게 왼발과 오른발을 엇갈리듯이 해서 툭 밀어줘야 한다. 선생님은 이걸 잘하면 나중에 배영을 배울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열심히 발을 휘젓는데도 이상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커진다.

“더더! 발목 힘 빼고!”


잘 안 되는 사이드킥 연습을 위해 토요일에도 자유수영을 하러 갔다. 평소처럼 6시 30분쯤 도착했더니 우리 반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서로 동작을 눈여겨보며 조언해 준다.

“발을 튕기듯이, 그렇지!”

어, 좀 나아가는 것 같다. 요령이 없었을 뿐 어렵지 않은 거였다. 게다가 숨을 참을 필요가 없으니 연습하는 데 무리가 없어 좋았다. 이 기분이 뭘까. 뿌듯하기까지 하다. 처음으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3개월 수영강습의 중반에 와 있다. 드디어 자유형을 완성할 숨쉬기를 배웠다. 발차기-팔젓기-사이드킥-숨쉬기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사실 나의 작은 목표는 자유형 숨쉬기를 배우는 것이었다. 체육 점수 받으려고 죽기 살기로 숨 안 쉬고 또는 물 먹어가며 25미터를 향해 가는 엉망진창 수영 말고 제대로 된 동작 익히기. 초급반에서 그것만 배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다들 진짜 수영에 진심이다. 덩달아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발차기는 여전히 힘들다. 코어가 약해서인지 쉬이 지친다. 수영장에서 중간에 일어나 걷는 사람, 나다. 어찌어찌 따라가고 있긴 한데 잘하고 있는 건지, 이게 맞는 건지 매일 의심한다. 그래도 진전이 있다면, 선생님이 지적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는 것. 요즘엔 팔동작에 집중하고 있다. 팔을 뻗은 동작 그대로 유지하며 물속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오른쪽 손목을 비트는 모양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아파트 헬스장에서 조금씩 근육 운동 하는 루틴도 유지 중이다. 인바디 검사를 했더니 수영하기 전보다 골격근량이 늘고 체지방률이 많이 줄었다. 눈에 두드러질 만큼 근육의 변화가 있어 보이진 않았는데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최근에 자세가 좋아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키가 큰 사람들이 종종 그렇듯, 나도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살아왔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말린 어깨가 제대로 펴지다니, 펴질 수 있다니 너무나 좋은 변화이다.

이러다 나도 수영 전도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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