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연습 B반의 쓴맛
자유형 호흡만 할 수 있게 딱 3개월만 다니자, 하는 맘으로 새벽 7시 수영 수업에 나간 지 어언 5개월 차. 비록 우수한 실력은 아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중급반에 갈 만하다는 얘기도 들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새로운 영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헤매는 중이다.
중급반엔 우리처럼 초급반에서 올라간 사람들이 태반이고 새로 온 사람들은 몇 안 된다. 바로 중급반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이니 예상대로 다들 잘한다. 그 말은, 나같이 못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뒷줄에 서는 신세라는 얘기다. 슬프게도.
중급반 수업은 복습으로 시작한다. 킥판 잡고 발차기, 그리고 자유형, 배영의 무한 반복. 이제 중급반이라는 걸 실감하게 해 주려는 걸까. 선생님이 달라졌다.
25미터 레인을 왕복하고 옆 레인에 가서 또 왕복하는 총 100미터 자유형이 반복된다. 선생님이 얘기하는 중급반의 독한 맛, 매운맛일 텐데 난 제대로 완주한 적이 없다. 앞사람을 따라가야 물살을 가르기 편하다는데 헤엄을 칠수록 자꾸만 거리가 멀어진다. 자유형의 여전한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숨을 쉬는데 숨이 차다. 어느 땐 머리까지 지끈 아프다.
중급반에선 평영과 기본턴을 배운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중급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기나긴 연휴에 수영장 휴관일까지 겹쳐 쉬는 날이 많기도 했지만, 엄청나게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반면 내 실력은 과연 늘었는지 체감할 수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까지 배운 건 평영 발차기. 완벽한 개구리 자세로 발을 굽혔다가 쫙 편 다음 힘 있게 발을 모아야 한다. 아직도 발목이 잘 안 꺾이는 걸까. 분명히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했는데도 남들처럼 앞으로 죽 나아가지 않는다. 평영은 잠수하는 거라고 선생님이 강조했건만 가라앉을까 봐 자꾸만 빨리 발차기 하니까 악순환이다.
“다음엔 킥판 없이 평영 발차기 연습!”
지난주 금요일, 선생님이 옆 레인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나도 넘어가려다가 동작이 헷갈려서, 손을 모아야 하나요, 아님 나란히 펴야 하나요를 물었는데, 선생님이 이동하지 말란다. 나부터 여기 있는 나머지 여섯 명은 B반이라고 계속 킥판 잡고 평영 발차기 연습을 하란다. 초급반 시절 풀 부이를 받은 이후로 나머지 그룹에 묶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 실패한 셈이다. 잘 못하면 그럴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걸까. 어느 때보다 열심히 평영 발차기를 한다. 한 번, 또 한 번…. 하지만 의욕뿐이다. 체감으로는 쭉 나간 것 같은데 아니다. 25미터 가는 데 스무 번 남짓 발차기를 한 것 같다. 힘은 힘대로 드는데 야속하게도 나아가지 않는다.
수영은 못하는데 질문이 많은 내가 또 선생님께 묻는다.
“왜 이렇게 앞으로 안 나가는 걸까요?”
“힘이 없어서 그렇죠.”
이제는 익숙하다. 내게 없는 그것들. 근력, 힘…. 대체 이 넉넉한 기럭지에 왜 힘이 탑재되지 않는 걸까.
B반 수업이 준 반성의 시간. 그동안 소홀히 했던 근육운동을 열심히 하리라. 그날 오후 다시 아파트 헬스장으로 향했다. 단숨에 길러지지 않겠지만 수영을 잘하려면 근육을 키워야 한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 자유수영도 다시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만으로는 따라가기 힘든데 그동안 방심했다.
수영은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다. 연습하지 않은 게 바로 티가 난다. 배영을 배우면 이전에 배웠던 자유형을 못하는 것 같고, 이제 평영을 배우게 되니 자유형도 배영도 다 못하는 것만 같다. 운동 감각이 없고 배우는 것도 더딘 나는 그저 ‘꾸준히’ 하는 수밖에.
선생님도 사람들도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중급반이 맵긴 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