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배우길 참 잘했어

위로와 격려 한 스푼

by 데이지

“아니 적당히 해야지. 무리하면서까지 하면 돼?그렇게 힘들면 배우지 마.”

“…. ”

내가 말을 말아야지.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거라고.

“남들보다 늦게 배워서 힘들지? 안 하던 걸 하려면 뭐든 힘들어. 그래도 잘 따라가고 있잖아.”

내게 필요한 건 위로와 격려 한 스푼이었다.


새벽에 수영하고 오면 절대적 휴식(!)이 필요한데 내 상태를 생각하지 않고 단풍 구경을 간 게 화근이었다.

그날따라 수영 선생님은 계속 자유형을 돌렸다. 25미터 왕복 7번. 난 엉망진창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자세는 계속 흐트러졌고 선생님은 왼손을 더 깊이 넣으라고, 오른쪽 손목 돌아가지 않게 하라고 외쳤다. 더 이상 못해, 헉헉대다 또 어찌어찌 휘적휘적. 3분의 1쯤은 깎아 먹었지만 아무튼 여섯 번을 반복했나 보다. 쉬지 않고 7번을 이어간 A그룹 친구들도 힘든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공복 수영으로 체력이 방전된 데다 아침 먹고 바로 출발했으니 피곤할 수밖에. 차에서 꾸벅꾸벅 졸고, 아직 단풍이 예쁘지 않다고 툴툴대고, 많이 걷는다고 투덜대고, 그러다 결국 티격태격하고….


말다툼의 끝은 “됐고! 집으로 가!” 이랬어야 했는데 내 몸이 간절히 카페인을 원했기에 “그래도 커피는 마시고 가!”라고 말해 버렸다. 싸움은 기센데, 커피 생각에 기싸움 따윈 바람 빠진 풍선처럼 푸르륵 꺼져 버렸다.

최근에 내가 짜증이 늘었단다. 그동안 남(편) 탓만 했는데 돌아보니 내 탓도 많았다. 재미있자고, 신나자고 배우는 건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군 걸까. 못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토닥여야 하는데 쓸데없는 욕심을 부린 걸까.

난 체력이 남아 있어야 친절한 사람인가 보다. 커피가 들어가니 겸손해진다.




무지 피곤한 금요일이었지만 미리 다짐한 대로 토요일 자유수영을 하러 나갔다.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쭉~ 그렇게 연습해 보자.

그때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지금은 상급반으로 간 내 배영 코치. 내가 ‘슨상님’이라고 부르면 누가 듣는다고 손사래 치는 귀여운 친구. 나이를 밝히지 않으므로 내 또래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평영을 한번 해보란다. 지난주에 한번 봐 달라고 했는데 약속이 있어서 그냥 간 게 마음에 걸렸나 보다.


선생님이 가르쳐 준 동작을 생각하며 천천히 해본다. 어깨너비보다 조금 넓게 Y자 모양으로 벌렸다가 싸이의 ‘새 됐어’ 자세처럼 90도 각도로 팔꿈치를 구부린 다음 두 손을 안쪽으로 모았다가 쭉! 아직 발동작이랑 같이 하지 않아 자유형 발차기로 연습했다니까 어렵지 않다고 따라 해 보란다. 팔을 앞으로 쭉 내밀 때 다리를 구부려서 평영 발차기 시작.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 때 발차기를 하니 앞으로 조금 나아가는 것 같다.

“그렇~지!”

“습득력이 빠른가 봐.” 옆에 있는 동갑내기 친구가 칭찬 한 스푼을 더한다.

이상하다. 팔 동작과 발차기 동작을 붙여본 적이 없으니 잘할 리가 없는데.


내친김에 자유형도 봐 달라고 부탁했다.

“고개를 너무 빨리 돌렸어. 오른쪽 팔이 이만큼 갔을 때 돌려도 돼. 머리를 많이 들지 마. 왼쪽 팔에 붙인다고 생각하고…. 조금 나아졌어, 그래!”

인기 많은 나의 ‘슨상님’이 다른 친구를 봐주러 가자, 무림의 고수 같은 귀인이 쓱 등장하더니 내게 한마디 툭 던진다.

“몸이 자꾸 가라앉네. 고개는 호흡할 수 있는 정도로 살짝만 돌리면 돼. 골반도 너무 많이 돌아갔어…. 그렇지! 키가 커서 조금만 자세를 수정하면 너무 멋있겠어.”

고수는 내가 이제 수영 배운 지 5개월 차라는 말에 “아이고, 단번에 되나. 시간이 필요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수영하는 내 자세가 어떤지 모르는 난 친구들 말대로 폼이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자유형이 힘든 이유가 있었다. 최대한 몸을 띄우고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자세에 집중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조급해졌던 것 같다. 귀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몸을 가볍게 해 준 모양이다. 힘을 빼니 한결 덜 힘들다.


아니, 수영하는 사람들은 다들 왜 이렇게 친절한 걸까. ‘난 안 되나 봐, 힘들어….’ 이렇게 주저앉으려는 나를 기어이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내게 딱 필요한 위로 한 스푼을 건넨다.

“호흡? 그거 제대로 트이려면 한참 걸려. 원래 다 그래.”

별거 아니라는 듯 꾸준히 하라고 어깨를 토닥토닥해 준다.

그날따라 아침 공기가 더없이 상쾌했다.

아, 귀인들 덕분에 또 감동하네. 수영 배우길 참 잘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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