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꽃을 사랑하는가
흙바닥 위에 웅크리고
싹이 움틀 때까지 기다리겠는가
쉼 없이 잠 없이 여유로움 없이
밤낮으로 곁에 있을 수 있겠는가
어린 싹의 울음에도
아프다 내짓는 비명에도
뿌리를 휘감고 있는 잡초를
힘을 다하여 뽑아 낼 수 있겠는가
자기를 건드리지 말래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잎사귀를 파먹는 벌레들을
하나하나 떼어 줄 수 있겠는가
꽃이 화사한 얼굴을 만방에 드러낼 때
자랑하고 싶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사진을 찍고 꽃을 말려 보관하고 싶은
그대의 욕구를 절제할 수 있겠는가
벌과 나비가 날아드는 것을
이 꽃, 저 꽃 들쑥날쑥 거리며
꽃가루를 옮기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손으로 쳐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꽃잎이 떨어져 날아가고
씨앗이 맺혀 땅에 떨어지고
줄기가 시들해져 흙에 파묻혀
거름이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겠는가
꽃이 죽음으로
피어난 새로운 꽃들
자라난 새로운 생명들까지
감사하며 바라볼 수 있겠는가
그대여, 꽃을 사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