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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Aug 01. 2022

꽃을 사랑하는 그대여

그대여, 꽃을 사랑하는가

   

흙바닥 위에 웅크리고

싹이 움틀 때까지 기다리겠는가

쉼 없이 잠 없이 여유로움 없이

밤낮으로 곁에 있을 수 있겠는가


어린 싹의 울음에도

아프다 내짓는 비명에도

뿌리를 휘감고 있는 잡초를

힘을 다하여 뽑아 낼 수 있겠는가


자기를 건드리지 말래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잎사귀를 파먹는 벌레들을

하나하나 떼어 줄 수 있겠는가


꽃이 화사한 얼굴을 만방에 드러낼 때

자랑하고 싶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사진을 찍고 꽃을 말려 보관하고 싶은

그대의 욕구를 절제할 수 있겠는가


벌과 나비가 날아드는 것을

이 꽃, 저 꽃 들쑥날쑥 거리며

꽃가루를 옮기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손으로 쳐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꽃잎이 떨어져 날아가고

씨앗이 맺혀 땅에 떨어지고

줄기가 시들해져 흙에 파묻혀

거름이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겠는가

      

꽃이 죽음으로

피어난 새로운 꽃들

자라난 새로운 생명들까지

감사하며 바라볼 수 있겠는가


그대여, 꽃을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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