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하이나 눈 :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 정오 - 15
근 열흘 만의 만남이었다. 아마도 인생에 한 번뿐일 웨딩촬영 날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태현이 데리러 온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그 때문인지 외출 준비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서 나는 덩그러니 화장대 의자 앞에 앉아 있었다. 이태현과는 지난주 한 번 통화했을 뿐이었다. 우리 집 주소를 물은 그는 다른 말은 없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의 의무감이 어느 선까지를 포함하는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딱딱하고 뻣뻣하면서도 묘하게 적극적인 태도가 참 아리송했다.
지난주에 결혼 기사가 나간 후로 기다렸다는 듯이 이태현의 인터뷰 기사가 연달아 떴다. 인터뷰 속에서 그가 말하는 우리의 연애는 담백하고 정석적이었다. 연애에 정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특별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 연애였다. 기자는 '그 말을 하는 이태현 팀장의 눈이 애정으로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라며 말을 덧붙였는데 나는 그게 너무 우스워서 진짜로 웃음이 다 났다. 이태현도 사람이니 따뜻한 눈빛이야 보일 수 있겠지만 애정이라니. 상황을 모르는 사람의 자의적 해석이 대단했다.
사실 난 우리의 결혼기사나 이태현의 인터뷰보다 그 아래 광고처럼 따라붙는 추천기사에 더 시선이 갔다. '승승장구 B군, A양과 결별한 이유는 결혼 때문?' 대체 어떤 알고리즘으로 이 기사에 추천으로 뜨는지는 모르겠지만 얄궂게도 확실히 연관 있는 내용이었다.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B군이 수려한 외모를 무기 삼아 재벌가 C양과 결혼을 결심하면서 오랜 연인이던 프로골퍼 A양과 결별했다는, 사실상 이니셜이 소용없을 정도의 구체적인 기사였다. 제대로 된 출처도 없이 기사를 뱉어내는 삼류 온라인 뉴스 사이트이긴 했지만 나는 왠지 그 기사가 도통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이야기들이 아예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건지, 아님 차라리 사실이길 바라는 건지는 나조차도 애매했다. 저 기사가 사실이라면 적어도 결별은 했다는 거겠지. 신경 쓰지 말자고 머리를 털어내면서도 은근히 거슬렸다. 이태현에게 그런 인연이 있었다는 자체가 뭔가 꺼림칙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연애경험이 뭐 대수겠냐마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 없는 내 입장에서는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무리한 기대인 건 분명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그냥 희망사항이었다. C양. 제3자이자 완전한 객체 같은 느낌이라서 썩 달갑지 않았다. 그런 위치가 지금의 나에게 딱 맞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또다시 그 기사를 떠올리고 있었다. 바람이라도 쐬면서 기분을 환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테라스로 나갔다. 그사이 날이 따뜻해져서 테라스 테이블로 내놓은 꽃화분이 봄바람에 살랑거렸다. 흔들리는 꽃잎을 보면서 머리를 비우고 있는데 대문 너머 차가 한 대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고개를 빼고 자세히 보니 아무래도 이태현의 차인 것 같았다.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30분 정도 남은 상태였다. 조금 망설이다가 이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전화를 받는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나는 어차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안이 비쳐 보이지 않는 차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김정연인데요. 어디쯤 오세요?"
[...근처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따 뵐게요."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갔다. 요즘은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코트와 가방을 모두 팔에 걸었다. 대문을 열고 나가니 역시나 그의 검은색 캐딜락이 시동을 끈 채 서있었는데 그 모습이 왠지 얌전히 웅크려있는 것 같았다.
내가 운전석 쪽 창문을 보고 잠시 서 있자 라이트에 불이 들어오며 차에 시동이 켜졌다. 차 앞쪽을 지나 조수석으로 가는 동안 철컥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찍 오셨네요."
"...네. 춥지는 않으십니까."
차갑지는 않지만 결코 따뜻하지도 않은 공기 속에 앉아있던 건 본인이면서 이태현은 내 좌석의 열선 시트를 켰다.
"저는 금방 나와서 안 추워요."
도착했으면 말을 하죠. 찰나에 생각이 스쳤지만 그 말을 전하지는 않았다. 그냥 이태현이 그랬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었고 설령 그 이유가 '그저 내키지 않아서'였다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늘 내 차로 빠져나가던 익숙한 골목의 전경을 보면서 허리를 곧게 폈다.
촬영을 하기로 한 경기도 외곽의 스튜디오는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었고 넓은 부지에 세워진 곳이라서 건물 앞쪽이나 옥상에서 야외 촬영을 하기도 무리가 없었다.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받고 준비된 촬영용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이렇게 화려한 옷은 초등학교 때 동네 피아노 학원 연주회에서 입었던 드레스 이후로 처음이었다. 단체로 대여한 허술한 어린이용 드레스에는 수많은 프릴이 페이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여있었는데 그 끝이 어찌나 거칠었는지 나중에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는 여린 살이 불긋불긋 일어났었다. 아버지의 집에 온 뒤로도 종종 드레스나 격식 차린 원피스들을 입을 일이 있었지만 모두 아주 얌전한 스타일이었던 데다 늘 나에게 맞춘 사이즈였고 옷감도 부드러워서 불편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내 기억 속에는 까끌까끌하고 허리는 갑갑하고 치마는 퍼덕이던 그 드레스가 가장 특별했다. 그 옷을 입었을 때 처음 느꼈던 신비로울 만큼 특별한 감정을 잊지 못했다.
나는 드레스가 겹쳐진 곳 아래 대어져 있는 프릴을 살며시 만져보았다. 촉감이 몹시 부드러워서 괜히 실망스러웠다. 나를 꾸며주는 사람들이 내 볼에 뭔가를 칠하느라 브러시를 문질러서 나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신부님, 구두 착화해 보실게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들어 내려다보니 쪼그려 앉은 선빈이가 내 발목에 손을 뻗으며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야, 뭐야!"
나는 활짝 웃으며 선빈이를 맞았다. 내 볼이 씰룩 올라가서 브러시에 콕 찍혔다.
"오늘 촬영 때 신으시는 구두 저희 거잖아용. 샤넬이나 루이뷔통 두고 우리 브랜드 거 신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박이사님이 저 보냈어용."
선빈이가 일부러 말투를 우스꽝스럽게 바꾸며 헤헤 웃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담당 직원이 이번 촬영에 입을 드레스나 소품 같은 것들은 어머니께 한 번 컨펌받았다는 말을 한 것도 같았다. 아마도 당신의 절친한 친구분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신 듯했다. 직원은 이 결혼과 관련된 자료나 정보를 모두 나에게 공유해 줬는데 난 특별히 요란스럽고 싫은 게 아니라면 그냥 그대로 놔뒀다. 따로 원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달라고 했지만 난 이 결혼에 바라는 게 없었다.
"누나 오늘 예쁘다."
"뭐 평소랑 똑같지. 원래 그렇잖아."
선빈이는 내 대답에 웩하고 토하는 시늉을 하고는 쪼그려 있던 다리를 폈다. 일어서는데만 한참 걸린 선빈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머리가 쑥 올라와 튀어나와 있었다.
“오늘 촬영 오작가님이 하시더라구. 오랜만에 뵙는 거라 인사도 하고… 누나 촬영하는 거 좀 보다 갈게. 어차피 구두도 가져가야 되니까.”
“그래. 근데 뭔가 쑥스러운데.”
내가 볼을 긁으며 멋쩍게 웃자 선빈이가 놀리듯이 고개를 달랑달랑 흔들었다. 세팅이 끝나고 촬영 장소로 나가니 이태현은 이미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를 단정히 넘긴 그는 아까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이마가 드러나면서 눈썹과 콧대가 눈에 확 들어왔다. 평소에도 참 이목구비가 반듯하게 잘생겼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저렇게 대놓고 드러내니 압도적일 정도의 입체감이었다. 그는 그냥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내 쪽을 향해 서있었을 뿐인데 나는 왠지 몽롱해지는 기분이었다. 마냥 기분 탓은 아니었는지 살짝 스텝이 꼬였다. 평소에 종종 구두를 신을 일이 있기는 하지만 촬영용으로 신은 하이힐은 익숙해지기에는 너무 굽이 높았다. 내가 휘청거리자 그가 성큼 다가와 내 팔을 붙들어줬다. 그대로 확 고꾸라졌다가는 그의 수트에 화장을 왕창 묻힐 것 같아서 고개를 뒤로 바짝 당겼다. 이태현은 나를 잡다 못해 들 것처럼 힘을 줬다. 그의 커다란 손이 내 팔뚝을 한 번에 감싸서 본인 쪽으로 당겼다. 이태현의 빠른 대처 덕분에 나는 금세 중심을 찾았고 내가 완전히 똑바로 서고 나서야 그는 나에게서 손을 뗐다.
“아, 고맙습니다.”
“......”
이태현은 살짝 굳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나는 휘청이면서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며 그의 눈치를 봤다. 그는 뭔가를 말할 것처럼 입술을 달싹이다가 ‘조심하세요.’하는 무난한 대답을 내놨다. 곧바로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는 사람들이 와서 드레스를 정리했고 이태현과 나를 제 위치에 세웠다.
“신랑, 신부님 좀 웃으실게요.”
평소에 사진을 찍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런 촬영은 좀 고역이었다. 물론 촬영 후에 다 보정을 해줄 테니 걱정할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맛없는 음식을 먹은 사람처럼 딱딱하고 네모나게 웃는 내 모습은 언제 봐도 맘에 들지 않았다. 정면을 보고 서서 한 손에는 부케를 들고 한 손은 이태현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긴장될수록 나도 모르게 손을 꼼지락 거려서 그가 불편할까 신경 쓰였다. 이태현은 그냥 그럴 때마다 손에 느슨히 힘을 빼서 내 손을 풀어줬다가 다시 고쳐 잡았다. 힐긋 곁눈질로 살핀 이태현은 무슨 모델처럼 근사하게 웃고 있어서 약간 배신감이 들었다.
다음으로 작가가 요구한 것은 둘이 마주 서서 이태현은 나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나는 이태현의 어깨에 손을 얹은 상태로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대는 포즈였다. 솔직히 속으로는 너무 어색해서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의 어깨에 얌전히 손을 올렸다. 이태현은 내 허리 뒷부분에 팔을 뻗은 다음 자신의 팔목을 붙잡아 나를 가뒀다. 우리는 볼이 맞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활짝 웃었는데 사진작가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선빈이를 보자 뭔가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좀 더 가까이 붙어보실게요.”
작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태현이 나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한 팔로 나의 허리를 감싸면서 다른 손은 내 날개뼈 위로 올려 가까이 당겼다. 갑자기 그의 품에 가까이 붙어 안기게 된 나는 그 힘에 어깨가 조금 움츠러들 정도였다. 내 이마 위로 그의 볼이 닿아오는 게 느껴졌고 내가 당황할 틈도 없이 촬영팀은 연신 좋다고 호응하며 셔터를 눌렀다. 나는 그의 가슴께에 어정쩡하게 손을 올리고 그냥 같이 웃어 보였다. 그에게선 역시나 익숙한 향기가 났는데 머리에 바른 헤어제품의 향기가 약간의 이질감을 더했다. 이렇게 서로의 배가 닿을 정도로 딱 붙어서니 그와의 체격 차이가 실감이 났다. 많은 사람 사이에서 그가 이불처럼 나를 감싸고 있는 상황이 그다지 껄끄럽지 않아서 그런 나 자신이 좀 신기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좀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 사이 몇 번 봤다고 친밀감이 높아진 걸까?
“그대로 신랑 분이 볼에 뽀뽀 한 번 해볼게요.”
광대가 당길 정도로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있던 나는 그대로 숨 쉬는 것도 멈췄다. 사실 별 거 아닌데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감응은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이태현은 살짝 웃으면서 내 볼에 입 맞췄다. 숨결을 가득 머금은 그의 웃음소리가 내 귀 바로 옆에서 들렸고 그가 웃으면서 퍼진 작은 진동이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지만 결국 맥박이 가파르게 솟아올랐다. 그의 입술은 립밤을 발랐는지 수분이 느껴졌는데 그게 꼭 꽃잎 같았다. 꽃잎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 연상되는 촉감이었다. 그 서늘함이 진짜로 그의 입술의 온도가 낮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내 볼이 너무 뜨거워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박동은 점점 거세져서 이젠 정말로 이태현의 입술이 닿은 곳에서 내 심장이 뛰고 있는 것 같았다. 서른이 넘어서 볼 뽀뽀 한 번에 이렇게 속수무책인 걸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귓속까지 쿵쿵거려서 초조해질 때쯤 그의 입술이 멀어졌다.
긴장이 풀리면서 빠져나가는 숨을 다 내보내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나는 다시 숨을 집어삼켜야 했다. 내 볼에서 입술을 뗀 그는 그대로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는데, 얼마나 바짝 붙었는지 그의 코가 내 목선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키가 큰 그가 몸을 한껏 웅크리며 밀어붙이는 바람에 나도 몸이 뒤로 꽤 기울어졌는데 그럴수록 작가는 극적이라며 몹시 만족스러워했다. 내가 당황스러워할 틈도 없이 작가는 눈을 감아보라던가, 잔잔히 미소를 띠고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돌려보라던가 하는 여러 요청들을 해댔다. 이 공간에서 이 상황을 낯설게 느끼는 사람은 나뿐인 듯했다. 작가가 이번 착장의 촬영은 끝났다고 말할 때까지 나는 필사적으로 나의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태현의 예상치 못한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열흘 간 새롭게 다시 결심이라도 한 사람처럼 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극적인 태도였다. 사업 설명회 때와는 다르게 여기 있는 모두가 우리에게 관심을 두고 있어서 그런지 그는 나와 정말 연인인 것처럼 굴었다. 야외 촬영을 위해 잠깐 이동을 할 때도 내 손을 잡거나 등을 감싸 당겼고, 바람이 불 때는 자신의 상의를 펼쳐 머리가 날리지 않도록 가려주기도 했다. 렌즈를 낀 내 눈에 흙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그가 손으로 살짝 가려줬을 때는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이태현의 얼굴이 너무 무심해 보여서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무뚝뚝한 얼굴과 다정한 행동을 보여주는 손, 그리고 그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까지. 모든 게 각자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아서 짧은 찰나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고, 나는 처음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이태현의 손을 잡고 활짝 웃었다.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바닥에 앉은 상태로 촬영을 할 때는 이태현이 내 뒤에 앉고 내가 그 앞에 겹쳐 앉아 있는 상황이었는데 카메라나 조명을 조정하는 사이 나의 어깨를 살짝 당겨 자신에게 기대게 만들기도 했다. 치마를 입고 바닥에 앉은 거라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는 게 힘들기는 했어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의 가슴팍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러면서도 내 신경은 온통 이태현을 향해 곤두서 있어서 그가 숨을 쉴 때 아주 얕게 오르내리는 움직임까지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는 더 이상 내가 사진에 어떻게 나올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쉬지 않고 두근거리는 심장과 눈이 시리게 밝은 조명 아래서 정신이 거의 아득해질 쯤에야 촬영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