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버드 맥모닝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맥모닝을 먹는다

by 김재득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먹는다고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얼리버드 혜택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맥도날드 맥모닝이다. 잉글리시 머핀 사이에 끼운 계란과 소시지, 버터 한 조각을 얹고 시럽을 잔뜩 뿌린 핫케잌, 짭짤고소한 해쉬브라운에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모금. 맥모닝은 전형적인 영국식 브렉퍼스트에 미국의 패스트푸드 문화를 버무린 아침 식사이다. 푸짐한 영국식 아침식사를 간단한 공장식 패스트푸드에 버무릴 생각을 하다니! 최초로 맥모닝을 만들자고 주장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천재임이 분명하다.


여기서 고백할 것이 하나 있자면 나는 여태까지 맥모닝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그야 사는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에 가려면 환승까지 해가면서 30분 이상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한번도 맥도날드에 가본적이 없고, 당연히 맥모닝을 먹어본 적도 없다. 맥모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들어본 채로 성인이 되었고, 얼마전에 뇌리에 맥모닝이 스쳐지나갔다.


마치 신내림이 오듯, 맥모닝! 하고 외치는 머릿 속의 목소리에 나는 곧장 맥모닝을 먹기로 결심하였다. 오전 4시부터 10시 30분까지만 파는 맥모닝. 어떻게 먹지? 주말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 아주아주 일찍 등교해서 학교 근처의 맥도날드 (이마저도 30분은 걸어야한다.)에 가서 맥모닝을 사먹는다는 방법을 고안해내였다. 이럴때만 부지런해지는 나다.


아무튼 고대하고 고대하던 맥모닝. 아, 슬프게도 학교에 일찍 등교해서 먹는다는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나는 아침형 인간이 절대 될 수 없는 모양이다. 결국 얼리버드 맥모닝은 일요일 아침에 성사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공장식 패스트푸드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패스트푸드만이 주는 맛과 분위기가 있지 않은가. 설레는 마음에 나는 미리 메뉴도 조사하고 갔다. 베이컨 토마토 머핀 세트에 핫케익 2조각 추가. 음료는 밀크 셰이크로. 아침 식사로 하기에는 꽤나 넉넉한 양이지만 머핀과 핫케익 두 마리 토끼를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앞섰다.


패스트푸드답게 주문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맥모닝 세트. 과한 기대를 하지 않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베어문 한 입은 말랑말랑하고 고소한 잉글리시 머핀과 짭짤한 베이컨, 그리고 상큼한 토마토가 만들어내는 하모니였다. 뭐야, 기대보다 더 맛있잖아. 순식간에 맥모닝 하나를 해치웠다. 패스트푸드점의 빵에는 이런 감동이 있구나. 살짝 거칠한 표면이 매력적인 쫀득하고 폭신한 잉글리시 머핀. 마지막 한조각까지 음미하며 먹은 다음에는 혀를 녹여줄 다디단 핫케익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그만 포션 버터 한 조각을 올리고 시럽을 듬뿍 뿌린 후에는 경건한 마음으로 핫케익를 자른다. 황금빛 시럽이 부드러운 핫케익 위에 촉촉하게 스며들어 흐물하게 잘린 핫케익을 입에 넣는 순간, 촘촘하게 배여있던 시럽이 흘러나오며 폭력적인 단맛의 공격을 퍼부었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달달한 핫케익이 물릴 때즈음 짭짤하고 고소한 해쉬 브라운 한 입. 다시 핫케익 한 입. 그렇게 순식간에 핫케익마저 동나고 말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부러 추가금까지 내면서 산 바닐라 쉐이크가 핫케익과 먹기에는 너무 달았다는 점이다. 역시 진리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인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올빼미형 인간을 얼리버드로 만드는 음식이라니. 맥모닝은 나의 어머니도 20년이 넘도록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속이 느글거릴 정도로 단 바닐라 쉐이크를 쪽쪽 빨아먹으며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일요일 아침에도 사람들은 어디를 그리 바쁘게 가는지 도로에 차가 많았다. 이렇게 바쁜 현대 사회에서 느긋하게 먹어야 하는 아침식사를 단순하게 만든 맥모닝을 먹고 있자니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맥모닝은 맛있는 걸. 빨리 먹으라고 만든 맥모닝도 내 속도대로 천천히 즐기면서 먹으면 되는 것을. 바쁜 사회에서도 내 속도와 방향을 찾으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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