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죄악을 저지르리

나는 뷔페가 좋아

by 김재득

기독교에서 정한 인간의 7개 죄악이 있다. 그중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폭식.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마구 먹고 마시는 것을 죄악시 여겼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음식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원하는 대로 먹는다니, 그곳이 천국 아닐까? 고대 로마에서는 온갖 진귀한 음식과 포도주를 배가 터질 때까지 먹다 더 이상 먹지 못하면 토하고 다시 먹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인간의 본성이 폭을 쫓기에 종교는 일부러 그것을 죄악으로 금기시하고야 말았다. 현대에 폭식의 죄악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아무래도 뷔페일 것 같다.

뷔페. 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뷔페를 좋아했다.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이 있는데 그걸 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니! 뷔페의 정확한 기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스칸디나비아 문화에 여러 음식을 차려 놓고 먹는 문화가 있었고 거기서 뷔페가 발전했다는 가설을 보자면 어쩌면 내 피에는 바이킹 전사의 피가 흐를지도 모르겠다. (성격이 불같고, 걸어온 싸움은 절대 안 피하고, 고기와 술을 좋아하니 어쩌면 진짜일지도.)

뷔페란 장소는 개인적으로 독특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폭식을 죄악으로 여기는 사회는 아니지만, 음식을 마구 먹는 것이 우아하고 고상하다고 여기지는 않지 않는가? 하지만 모두가 뷔페에서는 그놈의 ‘뽕’을 뽑는다고 어떻게든 위장에 음식을 밀어 넣는다. 물론 그마저도 위장이 튼튼한 10대와 20대의 전유물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정신없고 많이 먹지도 못하는 뷔페를 선호하지 않게 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30대가 되기 전 더 먹어두려고 한다. 비록 얼마 전 간 뷔페에서 중학생 시절의 나를 생각하며 먹었다가 한계를 맞이하고 좌절했지만.

뷔페의 매력이 또 있다면 역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소스를 조합하고, 기상천외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만 의외로 과감한 시도에서 새로운 음식이 탄생할 수 있다. 뷔페 음료 코너에 있는 모든 음료수를 섞어 먹는 것쯤은 모두가 해봤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생략한다. 나는 과감한 시도를 하는 편은 아니고, 평범하게 섞어 먹는다. 주로 나의 도전 정신은 디저트 쪽에서 이루어지는데 예를 들자면,

1. 사이다+바닐라 아이스크림

이건 정말 맛있다. 조금 더 자라고 나서 크림소다라는 음료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나에게 유레카였다. 레몬 가향의 청량한 사이다에 부드럽고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섞인 음료는 어딘가 술술 넘어가는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부글부글 올라오는 거품에 녹은 아이스크림이 섞여 흰 거품이 만들어지는 게 꽤 재미있었다.

2. 바닐라 아이스크림+에스프레소

이건 평범하게 아포가토다. 전자가 초등학생 시절 주로 이루어졌다면 이건 크고 나서 이루어졌다. 즉, 커피를 마셔도 된다고 허락된 나이가 지나서야 먹을 수 있는 금기의 음식이다. 이 조합은 너무나 무난하고 널리 알려진 조합이기에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3. 그 외에 음료에 넣을 수 있음 직한 것은 모두 음료에 섞기

과일, 시럽, 아이스크림…. 넣을만한 건 다 넣는다. 아, 젤리도 넣는다. 젤리 소다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이다 같은 심플한 음료에는 화려한 것을 넣는 게 좋고, 시트러스 계열의 음료는 비슷한 맛의 음료와 섞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디저트만 언급했지만 메인 메뉴도 충분히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나는 치킨이랑 샐러드를 같이 먹어서 치킨 텐더 샐러드를 만드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 글을 읽을 정도로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훨씬 나보다 똑똑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뷔페가 가고 싶어졌다. 초밥 뷔페도 좋고, 평범한 패밀리 레스토랑 계열의 뷔페도 좋고, 결혼식 뷔페도 좋고, 화려한 호텔 뷔페도 좋다.

하지만 지금 간다면 결말은 이럴 것이 분명하다.

; (쌓인 몇 개의 접시를 바라보며) “아! 벌써 배불러! 더 먹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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