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자마카롱 Jul 18. 2020

프랑스 남자의 김치 수업, 특별편.

총각김치, 고들빼기김치,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백김치... 그리운 이름

제가 살고 있는 호주는 겨울이 본격적으로 오기도 했고, 아직 코로나의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요.

하루 종일 난방을 틀어놓기엔 조금 부담스러워서 저녁때만 틀고 있는데,

쌀쌀한 집 공기 덕에 뜨끈한 솥밥을 해서 달걀프라이에, 찌개 하나, 김치와 김을 

자주 올려서 먹었더니 김치가 '똑-' 떨어졌더라고요. 

그래서 오래간만에 제가 좋아하는 한국 만두와 김밥 재료, 김치를 살 겸 

시내와 가까운 큰 한인 마트에 갔어요.


제가 야채 코너에서 깻잎과 쌈야채 상태를 살펴보고 있는데, 

커다란 봉지 하나를 들고 나타난 신나게 나타난 저희 집 프랑스남자 고랑이. 

고랑이가 들고 온 큰 봉지에는 조금 시들시들하지만 가격이 괜찮은 알타리 몇 묶음이 있었어요.


"자기야, 이거 총각김치. 나 김치 클래스 또 필요하다."

이 프랑스 남자, 한국 요리를 정말 마스터할 생각인가 봐요.


고랑이가 집어온 정말 좋은 가격의 알타리. 상태는 별로이지만, 진짜 좋은 가격이었어요.




고랑이가 알타리를 집어 온 김에 총각김치를 만들려고 과일 야채 코너를 다시 쑥 둘러보는데, 

오늘따라 단감도 가격이 괜찮고, 오이도 가격이 나쁘지 않고... 하나둘씩 집어 들었더니

쇼핑백 세 봉지를 가득 채우게 되었네요. 정말이지, 저는 늘 일을 이렇게 벌리네요.

그래서 이참에 고랑이가 그토록 원하는 총각김치와 김치도,

단감을 산 김에 단감을 넣은 물김치도,

그리고 전부터 고랑이에게 말로만 소개했던 오이소박이도 

만들기로 했어요. 신이 난 고랑이는 집에 오자마자 신문지 몇 장을 바닥에 바로 깔더라고요.

저와 함께 종종 김치를 만들었던 터라, 파뿌리도 깨끗이 씻어서 다듬어 두고,

지난여름 집에서 키운 고추 말린 것도 꺼내오고 제법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더라고요.


파뿌리는 깨끗이 씻어서 물김치에 넣어주면 물김치 맛이 확 살죠. 고추는 지난여름 저희 집에서 키운 거예요.
색깔이 제법 곱죠?
그렇게 장보고 돌아온 첫날 만든 총각김치. 


장 보고 온 날은, 청소에 3시간 정도 운전해서 한인마트와 동네 큰 야채가게를 다녀온 터라

오자마자 알타리를 씻고, 다듬고 저녁 준비를 하다 보니 하루가 다 가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날, 저의 김치 조수인 고랑이에게 이번 김치만큼은 배추 절이는 것부터 해보라고

바다소금과 배추를 건네주었어요. 프랑스 남자, 이젠 제법 배추가 숨이 죽은 게 어떤 건지 아네요.

저는 그동안 무와 오이를 썰고, 당근은 꽃 모양을 내보고, 단감은 편을 썰어서 준비해 봅니다.

오이소박이를 하겠다고 한 터라 양파와 당근 부추는 송송송 썰고 다지고요.


지난번에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백김치를 혼자 했던 터라 이번에는 여러 가지김치를 하는 김에

뚝딱뚝딱 저의 프랑스인 김치 조교와 함께 해야 할 일을 나누어서 하나씩 하나씩 했어요.

그 와중에 메모를 틈틈이 하는 프랑스 남자. 이번에는 찹쌀가루 사 오는 것을 제가 깜박해서

밀가루로 대신 풀을 쑤거나 아니면 그냥 안 넣을 수도 있다고 했더니 그 마저도 메모해서 적어두더라고요. 

그러더니 그의 한마디.

"어디 묵은지? 어디 돼지 묵은지찜? "

조만간 다시 한인 마트 가서 묵은지는 사 와야 할 거 같아요. 묵은지 맛을 아는 프랑스 남자.


 프랑스 남자가 무척 신기해했던 오이소박이. 


파 뿌리 하나, 무 윗부분까지 하나 버리지않고 재료를 사용하는 엄마 생각이 난 단감 물김치.


그렇게 완성된 물김치와 오이소박이 그리고 김치.


프랑스 남자의 진짜 김치

참 이상하죠. 처음 이곳에 유학을 왔을 때는 김치를 직접 담그는 하우스 메이트 언니의 솜씨와

그 정성에 '어떻게 김치를 집에서 하냐'라며 놀라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저도 이곳에서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한국이 그리워지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무척 그리워지고 그래서 한국음식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게 되네요.

해외에 나와서 살 수록, 한국음식만큼 삼시세끼 먹어도 안 질리고 속 편한 음식은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저를 만나기 전에는 한국음식은 '김치' 밖에 모르던 이 프랑스 남자조차도

이젠 한국음식을 며칠 안 먹으면 속이 편하지 않다며 한국음식을 찾을 때가 많아서 가끔 저를 많이 놀라게 해요.

다음에는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든 '프랑스 남자의 진짜 김치'에 대한 글을 한국에 소개해달라고 하네요.


배추를 절이고, 당근, 노랑 빨강 파프리카, 오이, 배, 사과를 채 썰어서 깻잎과 돌돌 말고.... 한국음식은 정성이죠. 정말이지-



이전 18화 금요일의 행복, 묵은지 꽁치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