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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 Oct 24. 2022

꿈은 감각이다.

발리의 빛과 소금 그리고 물이 나를 치유할 것 같았다.

파혼  나를 돌아보면서, 깨끗함 관한 집착을 버리고 스스로가 엄마이자 어린아이로 다시 태어나기를 결심했을 때부터 옳고 그름 없이 살고 싶어 졌다. 나는 되게 얌전하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착하고 성실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으며 자랐다. 당분간 그것들과  멀리 있고 싶었다. 가능하면  모습들을 떼어버리고 싶었다. 서울에서 혼자 수련하고 수업하며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마음이 너무 답답할 때에는 베개를  안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작게 움츠러들어버린 나의 목소리가 처연하다 싶은 날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조용히 시를  읽었다. 그러면 내가 흐르기 시작했다. 쭈그러졌던 몸과 마음의 부분들이 펴져 조금   사람이 되어있었다.


시를 읽으면 자주 영혼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내 영혼은 어떤 모습인가 보게 되었다.


 영혼에는 곰팡이가  듯했다. 죽은 것도 아닌 생경해 살아있는 것도 아닌 썩어있는 . 문득, 빛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발리를 가야겠다고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곰팡이를 걷어내기 위해 따뜻한 빛과 썩은  녹여내는 소금, 끊임없이 흐르는 물이 필요할  같았다. 동생과 파혼 직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유 없이 5 동안 발리를 다녀왔었는데 그때의 감각이 그리웠다. 서울에서 좋은 선생님과의 수련, 나를 궁금해해 주는 원장님 스튜디오에서의 수업도 깊이 자리 잡은 곰팡이를 걷어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부산에 있을   재미가 들리기 시작했던 서핑도 자주 생각이 났다.







시를 읽다 보니 꿈이라는 단어도 자주 보게 되었다. 요가 선생님으로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요가 선생님이 되고 나서 꼈다. 되려고 하는 마음에는 사랑이 없다더니 되려고 해서 애써 된 것은 영 재미가 없다. 다른 종류의 꿈을 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사람을 꿈꾸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하고 싶은 말을 제때 하고, 춤추고 싶을  춤추고, 침묵하고 싶을  침묵하고, 먹고 싶은 만큼 먹는 사람을 꿈꾸었다.   아닌데 나에겐 힘든 일이었다. 그것들은 되려고 하는 것보다 꿈꾸고 소망하고 연습할 모든 경험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게 새로운 꿈은 감각이었다.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다라는 구절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에서 보았다. 현실에서 만난 모든 제약들을 넘어 상상하게 되었다.  꿈은 그렇게 자유로운 사람, 아이의 눈처럼 세상을 보듯 하고 아이의 움직임처럼 정답이 없었으면 했다.


발리에 있으면 자유로운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내가 간혹 하던 서핑을 실컷 하면 물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어린애 같은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배운 굳어있는 형태의 ‘균형’과  ‘깨달은 사람’이라는 환상적인 단어에서 멀리 벗어나기 딱 좋을 거 같았다. ‘깨끗함’이라 부르며 나를 죽이던 행동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나는 발리에 있으면 그 건너편 생경하게 살아있는 어린아이가 될 것 같았다. 대단하고 위대하고 현명한 요가인이 아니라 어린아이가 되는 일에 마음이 더 끌렸다. 마음껏 움직이고 온몸으로 웃는 어린아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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