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의 차이랬다.
나는 싫어하는 게 아주 명확한 사람이다. 그게 좀 부끄럽고 너무 센 사람처럼 보일까 봐 일부러 주장을 감추기도 한다. 특히 먹을 때, 옷을 입을 때 이 까다로움은 더 심해지는데 그래서 혼자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쇼핑하러 가면 그렇게 옷감을 만져 댄다. 그리고 요가선생님인데 자신이 없었다. 싫어하는 것과 싫어하는 사람을 너무 강렬하게 싫어해서. 근데 이런 내 마음을 더 믿어주기로 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한 게 아니라 무엇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지 아는 것이 더 명료한 사람으로 가는 길임을, 진정 마음의 진실함으로부터 평온함과 가까워지는 일임을 느꼈다. 본능과 직감이 죽어있는 명상은 갖다 버리기로 했다. 행복과 평화만 추구하는 순환 없는 이론은 갖다 버리기로 했다.
오늘 누워서 인스타그램 릴스를 이리저리 넘기다가 똑똑한 사람은 무얼 원하는지 알고 현명한 사람은 무얼 원하지 않는지 안다는 연설을 봤다. 무얼 원하지 않는지 앎으로써 삶의 커다란 실수와 복잡함들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좀 용서가 되었다. 나는 싫어하는 게 명확한 양만큼 좋아하는 취향도 명확하다. 돈은 없는데 좋아하는 일과 방식을 알고 정말 싫어하는 일의 방식과 사람을 안다. 나는 무조건 타인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청소하고 명상을 하지 않는다. 나의 마음을 받아들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더 명확히 해서 나의 진액만 온전히 남기기 위해 명상하고 요가한다. 나의 빛을 찾는다.. 나의 개성을 소중히 한다. 나와 타인을 계속해서 탐구한다.
애매하게 싫어했다 버퍼링 걸리지 말고 정말 마음껏 싫어하자.
이쯤에서 내가 싫어하는 걸 공유해야 글에 힘이 있겠지?
1. 약속 없이 찾아오는 사람.
2. 당일 약속 자주 잡는 사람.
3. 아무리 좋은 레스토랑도 소음이 많거나 음악이 구리면 싫다.
4. 말 많은 사람. 듣지 않는 사람.
5. 애정을 가장한 간섭, 독려.
6. 좋아하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사람.
7. 싱싱하지 않은 과일과 채소.
8. 두꺼운 컵과 두꺼운 손잡이.
9. 힘없는 리넨 옷
10. 박음질 비대칭 옷
11. 라면에 면, 일본 라면은 특히 국물과 건더기를 더 좋아해.
12. 라이브밴드
13. 흩날리는 요가수업
14. 국처럼 주는 차
15. 마늘
16. 반짝이는 검은 레깅스의 스판덱스.
17. 받는 게 당연해서 고마운지 모르는 사람.
18. 취향보다 양에 집중하는 여행
19. 바글바글한 것
20. 파도타라고 소리 지르는 것
21. 자기는 다 경험해놓고 나는 경험하고 실패하지 말라는 어쭙잖은 충고.
22. 명예를 줄 테니 열정페이를 받아가라는 심보.
23. 네가 절박한걸 아니 절박한 월급을 주겠다는 심보.
24. 내 몸을 평가하는 말.
25. 내 수준을 알라는 말.
26. 내 취향은 고려도 안 하는 꼰대
27. 양만 많고 싱거운 음식.
28. 우울만하고 본능, 감각, 기쁨은 빠진 책. 감정. 글.
29. 평온만 하고 평온만 한 책. 날카로움이 없는 책.
30. 기쁘기만 한 책.
31. 단체생활, 같이 일어나고 먹고 자고 하는 것. 애인도 싫더라.
32. 심리스팬티,
33. 로우웨이스트
34. 공감능력결여,
35. 자기가 베푸는 것이 받는 것임을 모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