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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스위치를 꺼버린 리더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방어기제

by 라이블리데이즈

회사에서 사람과 일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리더는 감정 소모를 피할 수 없다. 팀원들의 불만 토로, 상사의 압박, 다른 부서와의 갈등 조율 등, 매 순간 감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이러다 내가 먼저 무너질 것 같다’고 느껴, 차라리 감정을 꺼버리는 쪽을 택하는 리더도 있다. ‘내가 살기 위해선 차라리 감정 없이 일하는 게 낫다.’는 방어 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을 배제하면 겉보기에 차갑고 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 리더에게 주변에서는 'MBTI에서 T 성향처럼 보인다'거나 '소시오패스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나 역시 리더가 된 후, 회사 안 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는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순간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동료와의 유대감이 줄어들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낮아지는 부정적인 결과가 뒤따랐다. 결국 ‘이게 내가 진짜 원하는 모습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스트레스와 상처를 피하기 위해 감정을 억압하다 보니, 동료들과의 인간관계가 삭막해지고 ‘여기서 리더로 있는 이유’에 대한 동기가 흐려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감정을 지나치게 많이 쏟으면 정신 건강에 크게 무리가 오는 경우도 있다. 리더 중에는 실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번아웃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선에서 '감정의 스위치'를 끌 줄 알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스위치를 완전히 꺼버리면, 리더십의 한 축인 ‘인간적 공감’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모든 순간에 감정을 쏟진 않더라도,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팀원들과 솔직한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 리더나 회사 밖 친구나 멘토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상처받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산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에서 큰 의미와 보람을 얻는다. 그렇기에 감정을 극도로 배제하지 않되, 특정 상황에서 잠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내 감정 상태를 체크하며, ‘나는 왜 리더가 되고 싶었는지’와 ’ 팀원들과 함께 무엇을 만들어가고 싶은지'를 계속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결국, 감정의 스위치를 언제 얼마나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균형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감정적으로 무너져서 일을 그만두거나, 반대로 감정이 고갈돼 인간관계를 잃어버리는 극단에 이르지 않도록, 나에게 적합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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