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만 스물아홉, 팀장이 되다

어린 팀장이 취할 수 있는 자세

by 라이블리데이즈

만 스물아홉, 꽤 이른 나이에 팀장이 되었다.

나보다 10살이나 많은 팀원 한 명, 그리고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 팀원 두 명과 함께 총 넷이서 한 팀을 꾸려나가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관리하기 쉬운 멤버들이니 편하겠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했고, 나 역시 어느 정도 동의했다. 하지만 나름의 고충은 늘 뒤따랐다.



항상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

처음 1년 동안은 ‘똑똑해 보이지 않으면 팀원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했고, 사실 지금까지도 그런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항상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정을 내리고 싶은데, 직무 경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과연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경력 많고 똑똑한 팀장이 우리 팀을 리딩하면 더 좋은 성과가 생기고 팀원들도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에 점점 자존감이 낮아졌다.


팀장 역할을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과 다른 회사 리더들은 어떻게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트레바리에서 ‘일잘러 팀원을 키우는 팀장 노트’ 모임에 들어갔다. 4개월 동안 클럽장님 및 여러 팀장님들과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팀장 자리에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그때의 나에겐 회사 밖에 있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때 읽은 책에서, ‘팀장이 경력과 확신에 찬 태도로 팀원들을 누르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모아 최적의 해결책을 만드는 편이 조직에 더 이롭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그 순간, ‘내가 모든 걸 알아야 하고 팀원들보다 늘 똑똑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오히려 ‘부족함을 인정하고, 팀원들이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팀 성과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Talent wins a game, but teamwork wins a championship.”(“재능은 한 게임을 이기게 해 주지만, 팀워크는 챔피언십을 이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재능이 뛰어난 그조차 팀워크를 더 중요하게 봤다는 점이 인상 깊이 다가왔다. 재능이 부족한 나에게는 특히나 팀워크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가진 능력을 억지로 과시하기보다, 팀원들과 함께 더 견고한 팀워크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 보니, 주변에도 나처럼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되어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어떤 분들은 부담을 극복하고 인정받는 리더로 자리 잡았고, 또 어떤 분들은 과중한 스트레스에 팀장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며, ‘팀장이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할 필요가 없고, 대신 어떻게 팀원들과 함께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까 고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처음 1년은 신입사원 마음으로

팀장이 되었을 때 내가 세운 전략은 의외로 단순했다. 다시 신입사원이 된 것처럼 1년 동안은 무엇이든 최대한 물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빠르게 배우자는 것이었다. 물론 상위 직책자가 보기에는 ‘왜 혼자 결정하지 못하고 자꾸 물어보지?’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1년만 바보처럼 지내면, 그 후로는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처음 다니는 신입사원이 업무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자기 마음대로 처리하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왜 물어보지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이지?’라고 의아해한다. 또,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일처리가 지연되면 ‘모르면 그냥 물어보지’라고 답답해한다. 반면에,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하면 ‘열정적이고 배울 자세가 되어 있다’고 느낀다. 나 역시 신입사원 때, 적극적인 질문과 시도를 통해 업무와 조직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팀장 역할을 맡은 뒤에도, 다시 한번 신입사원처럼 ‘모르겠으면 물어보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하자‘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내 생각은 맞았다. 실제로 1년 동안, 나는 상위 직책자와 거의 모든 중요한 일을 상의했고, 팀장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 덕분에 팀을 운영할 때 상위 직책자의 조언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고, 연말에는 상위 직책자로부터 ‘신임 리더의 성공 사례‘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 더 나아가, ”본인의 성장 전략을 다른 신임 리더들에게도 전파하면 좋겠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팀장으로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력이 길어지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또는 상위 리더와 라포 형성이 잘 되지 않았을수록, ‘상위 직책자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걱정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는 초반에 기간을 정해서 선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면, “저는 처음 6개월(또는 1년) 동안 ‘신입사원 마인드’로 일할 계획입니다. 가끔은 바보 같은 질문을 할 수도 있고, 갑자기 도움을 청할 수도 있어요. 대신 이 기간 동안 최대한 빨리 적응해서, 그 후에는 손이 덜 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이다. 적극적으로 배우겠다는 태도를 내보이면, 대부분의 상위 직책자는 이를 의욕적이고 성실한 후배로 받아들이지, 귀찮은 사람이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르겠으면 과감히 묻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견고한 리더로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보처럼 보이는 6개월이나 1년이 지나고 나면, 팀원들과의 협력은 물론이고 상위 직책자와의 호흡도 훨씬 수월해진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사람이 결국 빨리 성장하고, 팀과 함께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어린 리더이기에 느끼는 불안감은, 오히려 가장 빠른 학습 동력이 될 수 있다. 그 에너지를 적극적인 질문과 시도로 바꾼다면, 조직이 성장 가능성을 믿어주고, 새로운 기회를 아낌없이 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