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교육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정말 많다. 나는 교직 초기, 독서 교육 때문에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당시의 독서 교육은 ‘질’보다 ‘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학급 구성이나 상황은 제각각인데, 학년별로 대출 실적을 통계로 집계해 비교하고, 그 수치를 근거로 독서 교육의 성과를 평가하곤 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한 권이라도 더 책을 읽히기 위해 아침 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도록 유도하고 때로는 강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점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독서란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아니라,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통계 수치로 평가받는 구조 속에서는 그런 깊이 있는 독서 교육은 설 자리가 없었다. 설령 책 한 권을 두고 삶과 연결하는 훌륭한 수업을 진행했다 해도, 대출 수치가 낮으면 ‘독서 교육을 못 하는 교사’로 낙인찍히기 십상이었다.
누군가는 “그건 실패자의 변명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다. 맞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나는 실패한 교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후 내가 독서 교육 담당자가 되었을 때, 그런 획일적 비교는 폐지했다. 대신 학생들이 스스로 읽고 싶어 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르게 구입했고, 도서관뿐 아니라 트리 하우스나 야외 공간을 독서 공간으로 활용했다. 독서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며, ‘책 읽기’라는 행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려 애썼다. 처음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변화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누군가 “선생님, 책을 안 읽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물으면, “그거 참 어려운 질문이에요.”라며 말을 아꼈다. 지금도 책과 ‘상극’인 아이를 만나면 여전히 고민스럽긴 하지만, 그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세 가지로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학생의 수준에 맞는 책을 읽게 하자.
학생이 직접 고를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중의 ‘추천 도서’는 대체로 학생의 실제 수준보다 다소 어렵고, 흥미를 끌기엔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책을 멀리하는 아이일수록 당장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고, 자신의 관심사를 다루며 공감과 흥미를 자극하는 책이 바로 그 아이에게 필요한 책이다. 억지로 권장 도서를 읽히기보다, 학생이 ‘읽고 싶은 책’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
둘째, 친구들과 함께 읽게 하자.
우리 학급에서는 1학기 동안 ‘함께 읽는 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림책 한 권을 한 달에 한 권씩, 돌아가며 읽게 했고, 결과적으로 3~7월 동안 총 네 권의 책을 전원이 읽었다. 책은 모든 학생의 평균 수준에 맞추고, 분량도 부담 없도록 선택했다. 독서 스티커판과 간단한 독후활동지를 활용해 아이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이 형성됐다.
셋째, 독서 토론을 활용하자.
요즘 학교마다 독서 토론 동아리 운영이 장려되고 있다. 예산 지원도 받을 수 있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도 확보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굳이 처음부터 찬반 논쟁식 토론으로 수업 부담을 줄 필요는 없다. ‘왜 이 책을 골랐는지’, ‘인상 깊었던 장면’, ‘떠오른 질문’, ‘공감 가는 인물’ 등에 대해 나누다 보면, 점차 사고력과 논리력이 자라난다.
이상으로 내가 생각하는 독서 교육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지금은 ‘문해력’이 화두가 된 시대다. 많은 교사들이 독서 교육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교사가 먼저 자발적으로 독서를 즐기고, 그 기쁨을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책을 좋아하게 된다.
독서 교육이 교육 현장 전반에 뿌리내려, 언젠가 우리 사회 전체가 책을 사랑하는 공동체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