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향상에 대한 생각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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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보통 ‘기초학력 업무 담당자’를 두어 학력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한다. 나 역시 교직 4년 차에 학력 업무를 맡았고, 1년에 네 차례 치러지는 학업 성취도 평가와 성적표 발송, 진단평가 운영, 기초 학력 부진아 지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정말 힘든 업무였다.


우선 학기마다 두 번씩, 연 4회 전 과목 시험을 출제하고, 채점하고, 성적을 통지해야 한다. 교재 연구와 수업 준비, 각종 공문 처리 등 본래 업무만으로도 벅찬데, 이 모든 과정을 학력 담당 교사 혼자 도맡아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초학력 진단평가의 대상자를 ‘전체 학생’으로 할지 ‘특정 대상자’로 할지부터 고민해야 하고, 진단 결과에 따른 후속 지도까지 책임져야 하니 그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업무가 힘들다는 하소연보다, 이 업무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묻고 싶다. 물론 학생들의 학력 향상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학력 향상’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학생들의 가능성과 성장이 반드시 교과 성적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잊고 있는 건 아닐까?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은 AI나 컴퓨터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우리가 정말 가르쳐야 할 것은 ‘정답을 맞히는 힘’보다는 ‘생각하고 해결하는 힘’ 아닐까? 나는 학생들과 수학 문제를 풀거나 사회 객관식 문제를 다룰 때 항상 “정확하게 푸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긴 하지만, “빨리 하라”라고 재촉하진 않는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오랜 시간 고민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학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진정한 학력 향상이 ‘문제 풀이 능력’에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조선시대부터 중요하게 여겼던 ‘신언서판’—곧 인물됨, 말솜씨, 글쓰기, 판단력—이야말로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육의 지표가 아닐까. 외모를 단정히 가꾸고, 자신감 있게 말하며,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글을 쓰고,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 여기에 예술과 체육적 감성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문제 잘 푸는 아이’를 최고의 학생으로 여긴다. 교과서에 줄을 긋고 문제풀이를 반복하는 것이 교육의 전부인 듯 착각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학력 향상은 교육의 기본이다.”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초등 교육은 의무 교육이며, 국민 공통의 기초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초’라는 것이 단지 시험 점수를 위한 훈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학력 향상이란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준비하고, 꿈을 구체화하며, 그 과정에서 배우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고 믿는다.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배움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교육.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진짜 학력 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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