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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n 20. 2022

나, 학생, 가족에게 주고 싶은 도움

빅터 프랭클의 의미 치료와 만나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읽고

 


 “넌 걱정이 그것밖에 없어서 좋겠다.” 내가 한 때 가까웠던 대학 동기 언니에게 고민을 하소연하자 되받은 말이다. 그 정도로 나는 세상 근심 걱정 모르고 20여 년을 행복하게 살아왔었다. 물론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수능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느라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지만 내 곁에 늘 함께하던 많은 책들이 내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수능 언어영역에서도 한 문제를 틀리고 백분위 99의 1등급을 받아서 무척 기뻤었다. 나는 모의고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나서 담임 선생님께 “문제가 너무 쉬웠던 것 같다.”라고 말씀드리니깐 우리 반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주셨다. 해외 펜팔, 피아노 연주, 개인 홈페이지 관리, 독서 등으로 삶을 즐기면서 살아온 나는, 대학생 때 처음 겪은 따돌림과 그 이후로 계속 지속되어온 괴롭힘으로 참고 참다 결국 정신과 치료와 상담까지 받게 되었다. 내가 교직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기에 교직에 소위 전문가라고 유명한 사람들한테도 도움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답변은커녕 무참히 무시를 당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나라엔 진실로 진짜 같은 사람은 없다고 부정적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생각해보니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고, 언제나 절반 이상은 좋은 사람도 많았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늘 노력한다.


 꾸준히 계속해서 내 마음과 건강을 회복하면서 ‘치유’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트라우마, 무기력, 불안, 우울 등과 싸워오면서 참 많은 책과 사람을 만났다. (여행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많은 것들 중에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유명한 빅터 프랭클의 <의미 치료>에 대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의미 치료는 우연히 교원 연수 사이트에서 발견하고 바로 연수 신청을 하고 듣게 되었다. 한국에만 있는 화병을 세계적 정신 의학 용어로 등재시킨 이시형 박사님과 심리 상담가로 유명한 박상미 교수님이 번갈아가며 강의를 해주신다. 두 분의 저서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에겐 자기 드라마를 감동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마음속 깊이 잠겨 있습니다. 고로 육체는 쾌락을 요구하지만 혼은 감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자는 가끔 충돌, 대립을 할 때도 있지만 인간의 본질이 혼으로 생각한다면 스스로의 인생이 얼마나 행복해지나 하는 건 얼마나 쾌락을 얻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감동을 얻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본문 300쪽>   

  

 연수에서 들려준 이시형 박사님과 박상미 교수님의 자전적 이야기, 그리고 다른 내담자분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이처럼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쾌락이 아닌 감동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무척 인상적이다. 내 인생이 누군가에게 감동이 되기 위해서는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이미 한 차례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시련과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최적의 조건이란 생각이 든다.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의미 치료의 핵심처럼 나도 이시형 박사님과 박상미 교수님처럼 삶의 절망과 시련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 낙관을 되찾아주는 데 기여하고 싶다.     


 가장 먼저, 나에게 주고 싶은 도움은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 지난봄, 미사 시간에 신부님께서 하느님도 용서하는데 우리가 뭐라고 용서를 못하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용서라는 단어가 참 쉽지 않은 말이지만, 사람은 다 연약하고 어쩌면 상처의 도미노처럼 나에게 상처 준 이도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그런 나쁜 행동을 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더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실 나 또한 그리 쉽게 용서하고 아무렇지 않게 만나는 게 되지는 않지만, 박상미 교수님의 말씀처럼 점차 기억에서 지워버려서라도 용서를 실천해야겠다.      


억지로 용서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오늘 내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다 보면, 어느 날 용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서서히 잊는 것이 용서입니다. 과거를 잊고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다 보면, 까맣게 잊고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이 용서의 발견입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가장 가성비 높은 복수는 용서입니다. <본문 198쪽>     

 비워야 채워지듯이 요즈음 점점 새로운 사람을 많이 알아가고 있다. 예전보다 더 조심스럽고 긴장하게 되지만,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을 길러서 정말 좋은 관계를 많이 쌓아야겠다.     


  번째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은 바로 내가 만나는 학생들이다. 일반적으로 학교 선생님들은 왕따 당하는 학생의 입장을  공감을 못하는 경향이 있다. 걱정되어서 넌지시 이야기를 해봐도 피해 학생이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속상하고 답답하고 무력한 적이 많았다. 내가 피해자였던 적이 있어서인지 누구보다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학생의 아픔이 많이 안타깝고 공감이 되었다. 또한 나쁜 행동을 저지르는 학생도 많이 안타까웠다. 그럴수록 자기 삶의 의미만 잃어  텐데...  어떤 학생도 자기 존재의 이유를 잃지 않고 삶의 의미를 되찾을  있도록 돕고 싶다.      

“타인에게 동물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은 사람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거야. 이젠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해. 실수를 반복하면서 살아서는 안 돼. 신은 너에게 귀중한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셨어. 그 의미를 찾으면서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야 해. 친구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용서해줄 때까지 기다려. 그리고 귀중한 네 삶의 의미를 훼손시켰으니, 너 자신에게도 용서를 빌어. 귀중한 인생을 항상 의미 있게 살도록 노력하자. 우리가 너를 잘 가르치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도 반성할게.” <본문 203쪽>     

 박상미 교수님의 말씀처럼 가해 학생에게 위처럼 단호하게 말하면 과연 행동이 변화할까? 어떤 문제든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건 없다고 본다. 상처받은 우리 반 학생이 혼자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에게는 정말 단호하게 훈계를 하고 계속해서 지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학교폭력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또한 피해 학생에게는 용감하게 견딘 것에 대해 프랭클의 말처럼 많은 격려와 용기를 주고 싶다.


“하나는 사랑에의 생각이다. 사랑의 경험이 과거에 있었다면 그 인생은 무의미하다곤 할 수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고통을 용감하게 참고 견딘 것이다. 그건 무엇보다 큰 긍지로 생각할 일이다.” <본문 301쪽>


 세 번째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은 우리 가족이다. 우리 가족은 가시 돋친 말과 무관심으로 서로에게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예전보다는 좀 더 서로에게 다정히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알게 모르게 쌓아온 상처들이 가끔씩 덧날 때마다 불화가 반복되기도 한다. 어려운 가정에서 성장한 부모님과 학교폭력과 취업 실패로 고통받은 남동생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가족이 되어야겠다. 좀 더 다정한 말들을 건네고 이해심을 발휘해서 어렸을 적 사진 속 액자처럼 우리 가족이 인생에서 더 많은 행복과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의미 치료를 만난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빅터 프랭클과 동료가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낙조(落照)를 바라보며  “세계는 어쩌면 저렇게 아름답지!”라고 감탄사를 내뱉은 것처럼 또다시 시련과 절망이 닥치더라도 나의 존엄과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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