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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pr 13. 2024

장애인 소년과 장애견의 우정

The Present

https://youtu.be/3XA0bB79oGc?si=8ZPd6UGDrtskZCnn   

The Present  (4분 18초)




선물이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선물이라면 그 유명한 스펜서 존슨의 선물이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나도 원서로 읽고 싶어서 사두었지만, 고등학생 시절 첫 장만 읽고 덮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스펜서 존슨의 선물은 영어 Present의 또 다른 뜻 현재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 영화 제목의 선물은 말 그대로 선물 같은 존재를 뜻한다.      


4분짜리 짧은 영화는 순식간에 끝나버려서 글을 너무 길게 쓴다는 게 영화의 의미를 오히려 퇴색시키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강아지는 한쪽 다리가 짧은 장애견이다. 주인공은 선물을 뜯어 다리가 짧은 강아지를 발견하고는 화가 나서 She’s gotta kidding me! 라며 화를 낸다. 처음엔 주인공이 장애견에 편견과 혐오가 있어서 그러나 보다 하고 화면을 계속 응시했다. 던져진 강아지는 그럼에도 귀엽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재롱을 피운다. 그리고 결국 비디오게임만 하던 주인공 소년은 강아지가 굴린 공에 마음이 흔들려 함께 외출을 마음먹는데... 주인공도 한쪽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었다. 이 장면을 본 순간 더 이해가 되었다. 심리학 책을 봤을 때 누군가의 어떤 결점이 싫은 건, 바로 그 결점이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자신의 내면에 없는 건, 타인에게서 발견하기 힘들다고 말이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건, 장애가 있는 주인공 소년을 밖으로 이끈 것도 장애가 있는 강아지라는 점이다. 장애가 없는 강아지였어도 상관은 없었을까란 생각도 해보지만, 어쩌면 소년의 어머니가 장애가 있는 강아지를 선물로 준 것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가 되어주고 함께하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니었을까? 처음에 소년이 강아지를 던진 것처럼,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기 싫고 자신을 미워한다면 같은 장애가 있는 강아지도 계속 미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결점을(? 결점이라고 말해도 될는지.)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결점은 결점이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의 한 부분이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의식도 미움도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밖으로 나가 신나게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이 던져도 꼬리를 흔들며 시종일관 웃으며 재롱을 피우는 강아지는 분명 하늘이 내려준 천사임이 틀림없다. 소년에게는 인생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꼭 강아지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할 땐, 상대방에게서도 부족한 점, 못난 점만 찾게 되지만 스스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땐 더 쉽게 사람의 좋은 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안분지족 하며 지금의 삶에 만족할 때 기적처럼 선물 같은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까. 그렇다고 너무 매력이 안 느껴지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지만, 주로 내가 가장 벼랑 끝에 매달려있을 때 알게 된 사람들은 서로 더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나도 많은 시련과 아픔이 있었지만, 이제 많이 회복되어서 더 나를 많이 사랑해 주고 아껴주며 혹시 어디선가 갑작스레 나타날지 모르는 선물 같은 사람을 꼭 붙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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