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거실 탁자에서 집어 든 젊은 작가 수상작이라고 밝히고 있는 낯선 그들은 전사처럼 위풍당당 하다 시를 쓰는 이유를 찾지 못해 묵은 원고지 냄새 어둡게 내려앉던 서재에서 훔쳐본 등사기로 밀어 묶어 낸 얇은 시집을 꺼내 낯선 말들을 이해하고 싶어 흉내라도 내어 몇 구절 가져가려고 했던 그 묵직한 글 소월, 만해는 아니지만 그 문자들을 차근차근 곱씹으며 사는 건 이래야 할지도 몰라 더 크면 알게 될 거야 육사보다 단호하게 동주보다 순백하게 세상과 마주할 수도 있을지 몰라 설렜던 순간 소화되지 못한 그를 내려 놓고 비밀스럽게 빠져나왔던 거기 이제 없는 그를 콩나물 한 봉지와 깨어진 달걀 두 개 가는 길목에 놓아두고 해변에 앉아 돌아가지 못한 다섯 살 잔망스런 계집애는 방울에 맺힌 석양을 치마폭에 받아내며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