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탐구와여정 Dec 29. 2020

[3-2] 질투가 불러온 비극

오페라 '돈 카를로' '아이다'


질투의 방식 2.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탐욕


질투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잃을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것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탐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전형적인 삼각 또는 사각 관계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스페인 왕조의 역사를 모티브로 삼아 쓰여진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는 엇갈린 사랑으로 인한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다. 스페인 왕 필립 2세의 아들 돈 카를로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평화 협정으로 예정되어 있는 프랑스의 공주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을 앞두고 설레어 있다. 

신분을 숨긴 채 평화사절단의 일원으로 프랑스를 방문해 엘리자베스를 만난 돈 카를로는 첫 눈에 그녀에게 반하고 자신의 작은 초상화를 건네며 신분을 밝힌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기쁨에 넘치지만 평화 협정의 내용이 바뀌어 카를로가 아닌 필립 왕이 엘리자베스와 결혼하게 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카를로는 낙심하게 되고 스페인의 압제에 고통당하고 있는 플랑드르의 자유를 위해 싸우기로 하면서 아버지 필립 왕과 더욱 더 대립하게 된다. 엘리자베스에 대한 카를로의 사랑은 여전한 가운데 엘리자베스는 카를로를 사랑하지만 정절을 지켜간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Met Opera) '돈 카를로' 한 장면


한편 카를로를 사랑하는 공녀 에볼리는 카를로가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질투심에 휩싸이고 왕에게 카를로의 초상이 들어있는 엘리자베스의 보석함을 보여주며 엘리자베스의 부정을 거짓으로 고발한다. 

카를로와 엘리자베스의 관계를 의심하던 필립 왕은 분노하고 아들이 플랑드르의 자유를 위해 자신에게 공개적으로 반역한 것에 대해 종교 재판을 통해 사형을 구형하고자 한다. 

https://youtu.be/ZLlpoR_qMDs

한편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보석함이 사라지자 필립 왕을 찾고 그가 자신의 부정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 억울함과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다. 이에 에볼리는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잘못을 엘리자베스에게 알리며 용서를 구한다. 또한 카를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비극은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감옥에서 도망쳐 플랑드르를 향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엘리자베스와 만나 서로의 앞날을 축복하고 다음 생에서의 사랑을 기약하던 카를로는 이내 닥쳐든 필립 왕과 종교 대재판관에 의해 잡혀 죽음을 맞고 선대 찰스 왕의 영이 나타나 “고통은 피할 수 없으며 오직 천국에서만 끝이 난다”고 외치며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비록 정치적인 대립으로 반목하게 되었지만 필립 왕과 아들 돈 카를로의 대립은 사실상 사랑의 엇갈림에서 시작하여 그 비극이 절정에 다다른 것이었고 에볼리의 질투로 인한 거짓 복수로 결국은 파국으로 치달았던 것이다. 에볼리는 나중에라도 양심에 가책을 느껴 사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극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권력으로도 얻지 못하는 사랑


질투로 인한 비극적 결말은 베르디의 ‘아이다’에도 등장한다. 이집트의 인질이 된 에디오피아의 공주 아이다는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와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도 라다메스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을 눈치챈 암네리스는 질투심에 불타 자신이 라다메스를 차지하리라 자신한다.

이집트를 침략한 에디오피아를 쳐부순 라다메스는 승리의 보상으로 암네리스와의 결혼을 허락받지만 자신이 원한 것은 아이다를 노예에서 해방시켜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암네리스는 다시 한번 에디오피아를 침략하는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아이다와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 

한편 라다메스에 의해 포로로 잡혀온 아이다의 아버지인 에디오피아 왕 아모나스로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아이다를 시켜 라다메스로부터 침략 루트를 알아내도록 시킨다. 아이다는 라다메스와 함께 도망치자고 설득하고 침략 루트를 알아내지만 숨어있던 아모나스로가 나타난다. 라다메스는 아모나스로의 정체를 알게 되고 조국을 배신한 것처럼 돼버린 자신의 행동에 괴로움을 느낀다. 때마침 나타난 암네리스와 사제에 의해 반역죄로 잡히고 만다. 아이다와 그녀의 아버지는 그 자리를 피하지만 아버지는 결국 잡히게 되고 아이다의 생사는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Met Opera) '아이다' 한 장면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고 질투심에 불탄 암네리스는 라다메스를 체포하도록 했지만 막상 암네리스가 죽임을 당하게 될 처지에 놓이자 그를 사면해주고자 노력한다. 아이다를 포기하고 자신과 결혼하면 살려주겠다는 암네리스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라다메스는 아이다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반역죄에 대한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는다. 

라다메스는 끝까지 사랑과 명예를 지키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산 채로 무덤에 갇히는 형벌을 받은 라다메스는 이미 무덤에 들어와 라다메스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다와 재회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며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거대한 권력으로도 사랑을 얻지 못한 암네리스는 슬픔에 빠져 절규한다.

https://youtu.be/4ZNN0VqaSlE



질투가 낳은 파국, 후회는 늦고 죄는 크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야 말겠다는 욕심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상대를 파괴하고자 하는 분노로 발현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들을 파멸로 이끌고자 하는 파괴 욕구는 강력하고 치명적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거나 상대에 대한 사랑이 진실된 것이었다면, 복수가 성공하는 순간 어김없이 밀려오는 후회를 경험하리라. 하지만 아무리 후회를 한들 이미 때는 늦은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 이는 내가 갖지 못하는 것을 남도 갖지 못하게 하고자 하는 질투로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훼방질은 종종 모함을 동반하고 결국은 죄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전 04화 [3-1] 질투가 불러온 비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