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연 Jul 04. 2021

슬기로운 조선소 생활

이 소리를 아시나요?

"영차 영차"

이 소리는 줄다리기 등을 할 때 힘을 쓰는 순간을 맞추거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서 함께 내는 말이다.

"하나 둘, 하나 둘"

이 소리는  운동을 할 때 활력을 주기 위해서, 또는 둘 이상이 보조를 맞추어야 할 때 내는 소리다.

"오가 오가야, 오가 오가야"

이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요?

나는 이 소리를 아주 어릴 적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시골에서 일하시는 동네 어른들이 내는 소리였다.

고교 진학을 위해 도시로 나가면서 이 소리를 잊고 살았다.


해양에서 전장 결선을 할 때 아주 오랜만에 듣는 소리가 있었다. 이 소리를 듣자마자 '픽'하고 웃음이 나왔다.

"오가 오가야, 오가 오가야"

리더자 격인 사람이 크게 외치면 작업자들이 그 소리를 더 크게 따라 하면서 외치는 소리였다.

어릴 때 우리 아버지와 동네 아저씨들이 힘든 일을 할 때 내는 소리였다.

조선소는 분업화가 아주 잘 되어 있다.

탑재, 의장, 전장, 기계설비, 배관, 도장 등 무수히 많은 직종들이 있다. 각자 맡은 분야를 하다 보면 어느새 작은 블록들이 웅장한 배로 완성되어 바다로 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이 광경을 볼 때마다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인간의 위대함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다.

전장 결선은 우리 인체의 핏줄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배의 구석구석에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전장 결선을 하기 위해서는 케이블을 깔아 주어야 한다. 이것을 포설이라고 한다.

해양의 케이블은 매우 굵고 바싸며 포설하기도 힘든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살을 에는 추운 겨울에도 포설하는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리는데 철판을 달구는 뜨거운 여름에는 극한의 일일 것이다. 그때는 리더 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더 컸으며 팀원은 악을 쓰듯이 소리를 지르며 포설을 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오가 오가야, 오가 오가야"

옆에서 일하고 있는 나도 덩달아 힘이 나곤 했다.

그들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포설을 하고 있으면 옆에서 결선을 하고 있는 우리도 함께  "오가 오가야"를 외치면서 웃기도 했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고 감정의 동물이기도 하다. 기분에 따라 일이 힘들기도 하고 덜 힘들기도 하며, 일을 많이 하기도 하고 적게 하기도 한다.

'개미가 절구통을 물어간다.'는 속담이 있다. 힘을 모아 협동하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포설하는 사람들은 "오가 오가야"를 외치면서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다. 그리하여 그 엄청나게 무겁고 긴 케이블을 선체 구석구석에 깔고 있는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는 아프리카 속담인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를 자주 인용했다. 이 말은 공존이나 상생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데 '다른 이의 도움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힘들 때는 서로 돕고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축하해주는 것이 미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가 오가야, 오가 오가야"

이 소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협동과 상생'의 소리였는데 지금은 조선소에서 포설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함께 외치는 소리다.



이전 08화 슬기로운 조선소 생활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