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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 결혼식을 치른 아내의 눈물

by 교실남

어제는 아내의 대학시절 룸메이트의 결혼식날이었다. 우리가 결혼식을 치렀던 2달 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는 바람에, 50인 이하의 하객들 밖에 초대를 못 했으나, 현재는 1단계로 다시 격하되어서 하객 제한이 없다고 했다. 덕분에 아내도 친구의 결혼식장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아내 혼자 운전을 하기에는 워낙 먼 거리라, 걱정되는 마음에 아내와 함께 동행했다. 1시간 반 동안 조수석에 앉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했다. (중간에 또 답답해서, 싸울 뻔...ㅎㅎ)


다행히 무사히 결혼식장에 도착을 했다. 아내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여하고 그동안 난 차 안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결혼사진.jpg


40분 정도 지났다. 차창 앞 쪽을 보니, 아내가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뭔가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생겼음이 분명했다.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물었다.


"어땠어?"


아내의 대답이 없었다. 대답 대신 아내가 눈물을 흘렸다. 순간 당황한 나...


"왜? 무슨 일 있었어? 혹시 친구가 문전박대했어?(나름 개그) 화나는 일 있었어?"


"아니... 그냥 뭔가 슬퍼서..."


"뭐가 그렇게 슬픈데?"


"친구 신부 대기실에 갔는데, 친구를 보니깐 눈물이 갑자기 나더라고... 친구도 눈물을 흘리고... 뭔가 묘한 전우애(?) 그런 게 느껴지더라...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은 할 수 있을까 그동안 같이 맘 졸이던 것도 떠오르고...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친구를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 거야. 친구들도 많이 오고... 나도 그런 결혼식을 꿈꿨었는데... (울음)"


"엥? 우리 결혼식도 괜찮았잖아? 비록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하객들은 많이 없었어도, 온라인 하객들한테 축하 많이 받았잖아. 유튜브 라이브 결혼식이라는 특별한 결혼식도 하고, 그 덕분에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하고... 난 오히려 더 좋았다고 보는데? 그리고 모든 일에는 다 장단점이 있는 법이잖아~ 어떻게 다 좋을 수가 있겠어? 우리 좋은 것만 바라보자~"



"(훌쩍) 나도 아는데... 이성적으로는 아는데, 기분이 좀 그래.... 그때 결혼식 할 때, 신부대기실에서 아무도 안 오고 혼자 앉아 있던 때가 떠올라서... 나도 신부대기실 안에서 많은 친구들이랑 같이 사진도 찍고, 축하도 받고 싶었는데... 뭔가 속상하네...."


당시 신부대기실이 외부와 연결된 구조였는데 출입통제로 인해 외부와 연결된 문을 잠가뒀었다. 그래서 신부대기실에 오려면 결혼식장안으로 난 계단을 통해 들어와야 했는데 가족들도 위치를 못 찾아 결혼식 전에 얼굴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장모님도 신부대기실 못 가봄.)


나는 솔직히 아내의 감정선이 100% 이해는 되지 않았다. 난 결혼식에 대한 로망도 딱히 없었을뿐더러, 나름 결혼식을 재미있게 잘 치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신부의 마음은 다를 터였다.

"아... 그랬구나... 난 그때 유튜브 라이브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신경도 못 썼네... 미안해... 음... 그럼, 우리 다음에 10년 뒤에 리마인드 결혼식 한 번 더할까? 그때는 친구들 다 부르고, 축하도 많이 받고. 어때?"


그제서야 아내의 표정이 밝아졌다. 잠시 후, 감정을 추스린 아내가 내게 말했다.


"여보, 우리도 나름 즐거운 결혼식을 했는데. 갑자기 울컥했네~ㅎㅎ 이해해줘서 고마워. 사랑해♡"



#신혼부부 #친구결혼식 #코로나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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