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와이프와 맥주 한 캔 하고 싶어서, 맥주를 사러 잠시 편의점에 들렀다.
맥주 5캔(5캔에 만원이라서)을 들고 계산대 앞에 딱 서는데, 갑자기 알바생이 하는 말,
"신분증 보여주세요."
와이프가 기분 좋은 듯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 다 큰 성인이에요. 나이도 벌써 30이나 먹었는데..."
"(단호하게) 신분증 보여주세요."
"음... 저희 신분증 없는데..."
"아... 여기 제 폰에 보시면 결혼사진 있죠? 저희 얼마 전에 결혼도 했어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음... 두 분 잠시 마스크 한 번 내려보실래요?"
"(마스크를 살짝 내리며) 저희 진짜 성인 맞아요~~~ 근데 오랜만에 신분증 검사하니깐 기분은 좋네요. ㅎㅎ"
"(아직도 의심을 거두지 않은 채로) 혹시 몇 년 생이시죠?"
"91년생이요."
"91년생은 무슨 띠죠?"
"양띠요."
그제야 계산을 해주는 알바생.
너무 오랜만에 민증검사를 받아보는 터라, 기분 좋게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잔뜩 업된 목소리로 와이프에게 말했다.
"자기야,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냐? ㅋㅋㅋ 나 민증검사 4년 만에 받아봐. 너도 최근 몇 년간은 민증검사 받아본 적 없다 했잖아? 그 사이에 우리가 어려진 건가? 혹시 결혼의 힘? 으흐흐흐흐흐"
"뭐래~~~ ㅎㅎ 어제 수능 끝났잖아~ 수능 끝나서 아마 좀 빡빡하게 검사하나 봐. 그리고 알바생도 초짜처럼 보였고. ㅎㅎ 우리가 어려 보여서 그런 건 절대 아닐 걸~~~"
"아... 그러네... ㅋㅋ 괜히 좋다 말았네."
그래도 민증검사를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이런 걸로 기분이 좋은 걸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ㅎㅎ
#4년만에 #민증검사 #기분좋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