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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나의 귓속

by 교실남

나는 아내가 내 귀를 파주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 아내는 내 귀를 파는 것을 좋아한다. 큰 귀지를 발견해서 꺼낼 때면 성취감이 든다나 뭐라나. ㅎㅎ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나에게 카메라와 라이트가 달려있는 귀이개를 장만하자고 했다. 그동안 귀 안 쪽이 잘 안 보여서 내 귀가 다칠까 봐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근데 가격대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카메라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고작 귀이개가 5만원이라니! (물론 저렴한 제품도 있지만, 아내는 무선 스마트 귀이개를 원했다!)


"이번 달 예산이 부족하니깐, 일단 월급날 되면 고민해보자!"


몇 주가 지나고 월급날이 돌아왔다. 같이 고민을 한 끝에, 큰 맘먹고 귀이개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며칠 뒤, 귀이개가 도착했다. 마치 값비싼 전자제품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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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귀이개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니 불빛이 딱! 신세계였다!


"자, 여기 내 무릎에 누워봐. 스마트폰은 내가 볼 수 있게 세워서 들고 있어 봐."


아내의 무릎팍에 편안하게 기대어 누운 상태로, 귀이개에 찍히고 있는 나의 귓속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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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에 잡힌 내 귓속 모습(제일 깨끗해보이는 사진을 골랐지만.. 혐오감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으.... 더럽고 징그러워... 충격적이야..."


수북한 털, 쌓여 있는 귀지... 좀 더 깊숙이 귀이개를 들이미니, 핏줄이 나왔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아내는 고막도 보인다고 했다.


카메라를 확인하면서, 아내가 귀지가 수북이 쌓여있는 곳을 집중공략했다. 카메라를 보고 작업을 해서 그런지 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귀지가 나왔다.


Wow!


많은 양의 귀지를 보고 아내가 즐거워했다. 나도 속이 다 시원했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귀청소였다.


이 작은 도구 하나로 이렇게 편리하게 귀청소를 할 수 있다니, 세상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나 보다. 앞으로 자주 귀청소를 하게 될 거 같다. ㅎㅎ



#귀청소 #스마트귀이개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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