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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an 15. 2022

#4 선생님, 학원비는 걱정하지 마세요.

(이전화)


학원이라... 이 근처에 일대일 지도가 가능하고 잘 가르치고 가격도 괜찮은 학원이 어디 있을까? 공교육을 책임지는 선생님이 사교육을 찾고 있다니 나 스스로 뭔가 웃기기도 했다. 마치 아이가 없는 내가 학부모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 맞다! 지운(가명)이 어머니가 학원을 한다고 하셨지?'


갑자기 작년 제자였던 지운이와 지운이 어머니가 떠올랐다. 지운이 어머니께서는 당시 수학학원을 운영하고 계셨다. 그래도 학원을 운영하고 계시니, 이 주변에 괜찮은 학원들은 빠삭하게 알고 계실 터였다. 그날 저녁,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을 드렸다.


"지운 어머니, 안녕하세요."


"(반가워하시며) 오! 선생님~ 안 그래도 제가 언제 한 번 감사인사 드리려고 했는데! 작년에 지운이 잘 지도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진짜 많이 좋아졌어요."


"안 그래도 지운이가 며칠 전에 학교에 찾아왔었거든요. 예전보다 얼굴이 훨씬 더 좋아 보이더라고요.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이에요."


"다 선생님 덕분이죠. 그때 선생님께서 안 도와주셨다면 이 정도까지 좋아지진 못 했을 거예요. 선생님은 정말 은인이세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아참, 지운이가 선생님 찾아갔던 거 얘기하더라고요. 선생님한테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하는 꿈 얘기하고 왔다고 부끄러워하면서 얘기하더라고요. 호호. 꿈이 있어서 그런지 요새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해요."


작년 초, 지운이는 자신을 '쓰레기'라고 부를 정도 자기혐오와 자기비하가 심했다. 외모에 대한 강박이 심했고, 사람의 눈과 거울도 제대로 못 쳐다볼 정도로 자존감이 낮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모님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상담과 케어로 지운이는 나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고, 결국 부모님과의 대화의 필요성도 인지하게 되었다. 지운이 부모님께 진실되게 현상황을 객관적으로 말씀드렸고, 다행히 부모님도 상황의 심각성을 재빨리 인지하시고 협조를 잘해주셔서 빠른 속도로 지운이의 상태는 좋아졌다. 지운이의 사례를 통해, 학생·선생님·학부모가 서로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면, 그 어떤 경우보다 빠르게 학생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와... 지운이 정말 대단하네요... 사실 제가 더 고맙죠. 지운이가 이렇게 멋지게 성장해줘서. 선생님으로서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요? ㅎㅎ 이 맛에 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웃음)"


"아, 맞다. 지운 어머니, 다름이 아니라 학교 주변에 좀 괜찮은 수학학원 있을까요? 중1짜리 아이인데...(중략)"


자초지종을 설명해드렸다. 2년 반 전 의찬이의 도움반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스토리를 말씀드렸다. 예전에는 의찬이에게 학습동기가 없었지만 지금은 변하려고 한다는 것, 변하려는 제자를 어떻게든 도우고 싶은 내 마음, 의찬이의 현재 학습 수준, 의찬이처럼 재능은 있으나 주변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무료 기숙형 대안학교를 세운다는 나의 꿈까지.


"와... 선생님은 진짜 대단하세요..."


"아니에요. 저도 그냥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뭘.(웃음) 이상하게 의찬이만 생각하면 뭔가 안타깝고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도와주려고요. 어디 좀 괜찮은 학원 없을까요?"


"흠... 수학 일대일 개인 지도를 하는 학원은 이 주변에 잘 없는데... 또 과외를 하면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이랑 같이 수업을 듣기에는 애매하고... 어렵네요..."


잠깐 고민을 하시다가 다시 말을 이어나가시는 지운 어머니.


"선생님, 제가 한 번 가르쳐봐도 될까요? 지금 당장은 어렵고 00 중학교 애들 방학하는 1월 중순부터 가능할 거 같아요. 방학 동안은 제가 가르칠 수 있을 거 같아요."


"오! 감사합니다. 음... 그럼 학원비는 얼마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될까요..?"


"선생님, 학원비는 걱정 마세요."


"선생님, 학원비는 걱정 마세요. 그동안 선생님께 받은 은혜를 어떻게 갚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렇게 은혜를 갚을 기회가 오네요."


"네? 헉... 아니, 안 그러셔도 되는데... 괜히 제가 말씀드려서..."


죄송스러우면서 감사했다.


"아니에요.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정말 제가 원해서 하는 거니깐요. 선생님께서 좋은 일 하시는데 저도 같이 도와야죠. 나중에 아이 연락처 받을 수 있을까요? 수업 전에 아이가 어떤 스타일인지 한 번 상담해보려고 해요."


"(감동에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정말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난 그저 학원 정보를 여쭤보려고 했을 뿐인데, 이렇게 선뜻 호의를 베풀어주시다니... 내가 지운이에게 베풀었던 선의가 돌고 돌아서 나에게 다시 돌아온 것일까? 내 마음이 감사와 감동으로 저절로 충만해졌다. 아직 세상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의찬이가 학원에 다니기 전까지는 내가 케어를 해주기로 했다. 약 2달 정도 남았다. 학습습관과 생활습관 둘다를 잡아주기에 두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마음이 급했다.


'의찬이가 빠르게 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자.'


일단 내 저녁시간을 다 비웠다. 기존에 퇴근하자마자 다니던 헬스도, 일주일에 두 번 가던 작곡 학원도 일시 중단했다. 어차피 2달이다. 한 아이의 인생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희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의찬이가 학교를 마치는 오후 3시 반부터 저녁 8시 반 정도까지 한 5시간 정도면 충분하겠지? 음... 5시간도 부족한 거 같은데... 주말에도 봐줘야 하나?'


순간 깨달았다. 나 혼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내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또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 담임 선생님이 계셨지!'


의찬이의 중학교 담임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보기로 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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