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만우절. 악의가 없는 거짓말이나 장난을 치는 것이 허용되는 익살스러운 날.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레고리역으로 전환했던 16세기 프랑스에서 신년을 착각한 사람들을 놀렸던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사한 시기에 비슷한 기념일이 존재한다. <Daum 백과>
나는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도를 지나친 장난은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거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지만, 적당히 위트 있는 장난은 오히려 상대방과 가깝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4월 1일 만우절은 나에게 생일과도 같은 날이다. 합법적(?)으로 장난을 칠 수 있는 날이라니! 학창 시절, 만우절 때마다 교실 팻말 바꾸기, 다른 반 아이들과 반 바꾸기, 책상 배치 바꾸기 등의 장난을 쳤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되고 나서도 나의 장난은 멈추지 않았다. 다른 반 교실에 몰래 학생으로 잠입하기, 내 휴대폰과 우리 반 컴퓨터를 몰래 원격으로 연결해서 영어 전담 수업시간에 귀신이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인 척 영어 선생님 놀라게 하기 등등······.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만우절 장난치는 것을 보거나 직접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화장실 빼고는 이동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화장실, 급식소를 갈 때는 항상 1~2m 간격을 유지해야 했으며, 일체의 대화도 허용되지 않았다. 모둠활동은 커녕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육 활동조차 지양하는 분위기였다. 쉬는 시간에 시끌벅적한 교실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쉬는 시간인데도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멍하니 책상에 앉아있는 아이들만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끼리 서로 친해질 리가 만무했다. 서로 친하질 않으니, 만우절 날 같이 협동해서 선생님을 속이는 것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그렇게 2년 동안 학교에서의 만우절은 사라졌다. 나조차 작년 한 해는 만우절이 왔는지도 모르고 그냥 넘어갔다.
'만우절이지만 올해도 작년처럼 아무 장난 없이 지나가겠지.'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등교한 우리 반 아이들에게서는 아무런 장난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살짝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2교시 쉬는 시간이 끝나고 아무 기대 없이 교실문을 열었다. 그때 본 반가운 광경들.
선생님이 놀라길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앞, 뒤 책상 배치를 바꾼 아이들이 보였다. 수없이 많은 만우절을 겪은 나에게는 식상한 광경이지만, 지금 장난을 치는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떨리고 즐거운 일일 테다. 아이들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 열심히 반응을 해주었다.
"와······. 이게 뭐야! (웃음)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책상 줄도 좀 제대로 맞추고, 자, 책 하나씩 꺼내봐. 이런 장난은 통일성이 있어야지. 이 참에 사진 한 번 찍어보자. 이걸로 우리 반 밴드 프사하자."
(아이들 웃음)
"선생님, 그냥 이대로 수업해요."
"왠지 선생님은 잘 받아주실 거 같았어요."
"그래도 이제 초등학교의 마지막 6학년이잖아요. 마지막으로 만우절 장난 한 번 쳐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아이들의 만우절 장난은 마무리되는 듯싶었으나,
이놈들(?)이 장난에 맛 들렸는지, 점심시간 이후 또 장난을 쳤다.
(불을 끄고, 전부 엎드려 있는 아이들) (선생님 자리를 포함, 곳곳에 엎드려 숨어 있는 아이들) (칠판에는 '저희 너무 힘들어요.' 글씨)
"오늘 이놈들이 단체로 약을 잘못 먹었나!(웃음) '너무 힘들어요.'는 또 뭐야. (웃음)"
(배를 잡고 웃는 아이들)
"오늘 만우절 진짜 재밌다."
"선생님 반응 너무 웃겨."
"오늘 레전드!"
간만에 본 아이들의 만우절 장난이 왜 이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내년에도 아이들의 장난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