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저의 25년이 넘는 교직생활 중에 이렇게 예쁜 아이들은 처음 만나본 것 같아요. by 재외한국학교 카페 소개글 中
우연히 재외한국학교 카페(심지어 그날 처음 가입함)를 살펴보다가 한 학교의 소개글을 보게 되었다. 넓은 운동장과 각종 편의시설, 학교를 깨끗하게 관리해 주시는 직원분들, 학교에서 10분만 걸어가면 나오는 해변과 산, 무엇보다 학교 폭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예쁘고 착한 아이들, 초중고 선후배들이 서로 이끌어주는 학교.
다른 학교 소개글처럼 내용이 알차고 화려한 글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런 수수함이 내 마음을 끌었다. 글을 읽는 순간 내가 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에 놀러 가는 내 모습, 아이들과 함께 넓은 잔디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 중고등 아이들과 어울려 교육활동을 하는 모습, 무엇보다 마음껏 교육활동을 하며 행복해하는 내 표정 등 여러 그림들이 펼쳐졌다.
순간 여기에 내가 꼭 가야 할 거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지원까지 이틀 밖에 남지 않았기에 급하게 아내를 불러 재외한국학교 지원에 대해 의논했다. 평소 휴직을 원했던 아내는 적극 찬성했고, 글을 읽은 지 불과 30분 만에 이 학교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2달 반 뒤 아내와 난 중국에 도착하게 되었다.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생각보다 음식도 나쁘지 않았고, 도시가 무척 깨끗했다. 치안도 좋았고, 걱정하던 인터넷 문제도 전혀 없었다. 집 근처에 해변가와 산책로가 있다는 점도 너무나 좋았다. 무엇보다 학교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우리집에서 해변가를 찍은 모습 (학교와 도보로 10분 거리)
우리 반 아이들은 남자 3명, 여자 7명으로 총 10명이었다. 그중 절반이 부모님 중에 한 분이 외국인(중국인, 태국인, 러시아인)이신 다문화가정 자녀였다.
'다문화가정이 많은데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 어쩌지? 앞으로 이 아이들과 잘 생활할 수 있을까?'
다문화가정 비율이 절반인 우리 반 아이들
개학 첫날, 걱정을 안고 교실에 들어가니 우리 반 5학년 아이들이 나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 남자 선생님이다! 우와, 잘생겼다!! 와, 너무 좋아요!!"
신규교사 시절에도 이 정도 리액션은 아니었는데...??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환대(?)에 개학 첫날부터 나의 기분은 매우 좋아졌다.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또한 순식간에 사라졌다. 놀란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의 행동 패턴에 적잖이 당황했다. 수업 종 치기 1분 전에, 자기 자리에 바른 자세로 앉아있거나 수업이 끝나고 알아서 주변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이거 실화인가? 개학 첫날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한국 학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꿈에 그리던 모든 지 알아서 잘하는 자율적인 아이들이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여기 오기 전, 소개글에서 보았던 아이들이 착하다는 얘기가 정말 진실이었다는 걸 몸소 체감한 순간이었다. 또한 이곳 아이들은 VPN이 없으면 한국 웹사이트나 유튜브 사용을 하지 못해, 한국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해 매체들에 노출되는 빈도가 적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욕을 쓰는 아이가 거의 없었다. 욕에 대한 역치가 굉장히 낮아, '아이씨, 미친'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깜짝 놀라는 아이들이 많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이 존재할 수가 있구나...!'
하지만 순수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며칠 뒤 친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게 되는데...
다음화에 계속.
P.S. 열정 넘치는 교사와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