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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Dec 09. 2024

우리나라 대통령이 세종대왕이라고?

* 본 콘텐츠에 등장하는 인명은 가명입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3월 새 학기가 되면 학습결손이 있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2~6학년까지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친다. 국어, 수학 과목을 치며 보통 100점 만점에 60점 미만이 되면 학습 부진 학생으로 본다. 말 그대로 기초 학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문제가 아주 쉬운 게 특징이다. 내가 있었던 이전 한국 학교들의 경우 한 반(27명 기준)에 부진 학생이 평균적으로 0~1명 정도 나왔었다.



새 학기가 되자 재외한국학교인 우리 학교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초학력 진단평가 시험을 쳤다.


'이렇게 자율적이고 멋진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시험도 잘 쳤겠지?'


이전에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들과 시험을 다 치고 난 아이들의 표정이 매우 밝아 보였기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결과는 10명 학생 중에 학습 부진 학생이 4명이었다...(국어 1명, 수학 3명)


'혹시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아서 그런 걸까?'


하지만 명단을 살펴보니 비다문화가정 학생 2명, 다문화가정 학생 2명으로 다문화라 언어가 힘들어서 그렇다는 핑계도 댈 수가 없었다. 또한 간신히 60점을 넘어서 아슬아슬하게 부진을 피한 학생들도 2~3명 정도 있는 걸 감안하면 거의 우리 반 학생 대부분이 학습 부진이었던 셈이었다... 마음뿐만 아니라 뇌 또한 순수한 우리 아이들...^^




첫 주 학급 규칙을 정하고 기초학력 진단평가가 끝나고 난 뒤, 본격적으로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국어시간.

"얘들아, 국어는 단어랑 어휘를 많이 아는 게 핵심이야."

"근데 선생님, 핵심이 무슨 뜻이에요?"

"선생님, 단어는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어휘는 무슨 뜻이에요?"

"(잠깐 정적) 음... 핵심은 중요하다는 뜻이고 어휘는 단어랑 비슷한 말이라고 보면 돼."


수업 진도를 나가기 힘들 정도로 몇몇 아이들의 어휘력이 심각했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당시 5학년이었습니다... ㅎㅎ)


아이들의 심각한 어휘력으로 인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잠깐 풀자면... 일명 전설의 두박휘 사건...

전설의 두박휘 사건


두박휘 사건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웃픈 상황들이 자주 연출되고는 했다.

"선생님, 오다가 교통사고 난 거 봤는데 자동차가 엄청 다쳤어요."

"(???) 아...! 지환아 그때는 자동차가 다쳤다고 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가 많이 망가졌다고 표현하는 거야. 다치는 건 사람한테 쓰는 거야."



자, 이제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이번엔 수학시간.

"얘들아 초등 수학은 일단 사칙연산이 핵심이야. 한 번 얼마나 계산을 빠르게 잘하는지 확인해 볼까? 17+8은?"

(5초 넘게 정적...)

"(누군가 한 명 간신히) 26이요!"

"???"



이번엔 사회시간.

'그래, 어떻게 사람이 완벽할 수가 있어. 공부 잘하고 인성 안 좋은 것보다 공부를 못하지만 인성이 좋은 게 훨씬 낫지. 그래, 마음을 비우자.'


"자, 얘들아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누구일까?"


그러자 얼마 전에 연변에서 전학을 온 희진이가 자신 있게 손을 들고 발표했다. '드디어 정답을 맞히는구나!'하고 기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세종대왕님이요!


"(일동 침묵...)"


설마 장난인가 싶어 희진이의 표정을 봤는데, 아이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혹여나 아이들이 컨디션이 안 좋아서 진단평가 시험을 못 친 건 아닐까 기대를 해보았으나 수업 이후 일말의 기대조차 사라졌다. 정말로 우리 반 아이들의 절반은 진성 학습 부진아였다... 학급 인원 중 절반이 학습 부진아라니... 하하하하하


도대체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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