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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Oct 23. 2019

이러다가는 정말 정신과에 갈 것 같아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두려운 A양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상담 현장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기반으로 각색하여 작성한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랑 있는 게 항상 불편해요 


A양(28세)이 처음 찾아왔을 때 그녀는 꽤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입사한지는 3년 정도 되었다. A양은 회사 일은 곧잘 해냈지만 대인관계를 맺을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지나치게 의식되고, 불편함과 불안한 감정이 자주 들어서 상담실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A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반장을 도맡아 하면서 부모님과 친척들의 자랑거리로 자라왔다. 친구들에게도 늘 친해지고 싶은 아이였고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며 부러움을 받으며 자랐다. 


그러다 중학교를 큰 도시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A양이 경험한 또래들은 초등학교 때의 친구들과는 달랐다. 그녀보다 공부를 잘하고, 외모가 출중한 아이들도 많았고, 우리 집보다 잘 사는 친구들 역시 많았다. A양의 부모님은 성실하고 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었지만 A양은 중졸의 학력을 가진 부모님이 창피했고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직업이 있는 부모님을 가진 친구들을 늘 부러워했다. 


A양은 초등학교 시절처럼 늘 주인공이고 싶었으나 자꾸 다른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창피해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었다. 외적인 조건들에 신경 쓰기 시작하며 성적도 떨어졌고, 점점 더 스스로의 모습을 못마땅해하며 자신을 숨기는 상태로 대학교까지 졸업하게 되었다. 


거의 10여 년의 세월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고 살다 보니 A양에게 남은 것은 항상 자신보다 잘난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기 비하에 빠지는 습관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잘난 사람들을 만날 일은 더욱 잦아졌고, 급기야 그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늘 불편하고 자신을 들킬까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되었다. 



내 안의 나를 만나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A양은 어린 시 절의 자신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마음껏 안쓰러워하고, 애도하는 시간들을 가져나갔다. 과거에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숨겼던 것이 자신을 보호해주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남들에게서 자신을 숨기고 늘 남과 비교하던 습관이 이제는 자신을 억압하고 억누르는 습관으로 악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나갔다. 


여러 번의 상담을 거치면서 A양의 부모님에 대한 태도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동안 자신을 창피하게 만들고,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해 엄마를 원망하던 마음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원망스러운 기억은 고마웠던 기억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아빠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로 자신에게 부담 주었던 기억 대신에 믿고 기다려줬기에 고마운 마음으로 변해갔다. 


매 회기 과거의 아픔을 다루고 현재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A양은 솔직한 자신이 들킬까 전전긍긍하던 마음에서, 이제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부족하더라도 너무 창피해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기를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상담을 한 지 4개월여 만에 모임에서 남들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신을 갑자기 발견하게 되었다. 스스로 변한 것을 실감하며 마음의 중심이 잡힌 것 같다고 한다. 이제는 상담의 마무리를 향해 조금씩 더 변화해가는 자신의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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