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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Jun 22. 2018

잠들지 못한 밤

#002

10시 반, 잠자리를 준비할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기분이 어설피 들떴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 무리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얼른 옷을 갈아입고 오른쪽 어깨에 자전거를 얹었다. 29도를 넘나드는 날이지만 밤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얇은 외투를 걸치지 않고선 분명 감기가 걸렸을 거다. 

편의점에서 수입맥주 두 캔을 사고선 달렸다. 환한 달빛이 야밤의 질주를 가능하게 했다. 30분쯤 달리자 넓은 잔디밭에 야경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았다. 스탠드가 없는 자전거는 끄트머리에 기대놓은 채 맥주 한 캔을 들이부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렸지만 딱히 연락할 사람은 없었다. 일렁이는 강물 표면으로 비치는 수많은 빛들, 표현할 수도 표현될 수도 없는 무작위의 반짝임들, 그 아리따운 스펙트럼으로 솟아나는 감정을 어찌 전화로 나누랴. 시간이 늦기도 했지만 눈앞의 광경을 목소리로 나눌 수 없었기에 망설이기만 했다. 그 광경, 그 감정을 남길 수 없었기에 그저 한 장 남겼을 뿐.

돌아오는 길, 얕게 부는 바람 느끼려 사뿐히 페달을 밟았다. 목으로, 손으로, 종아리로 피부가 드러난 곳으로 슬며시 들어왔다 나가는 바람들이 기분을 좋게 했다. 뽀송뽀송한 이불 끌어안듯 한 아름 안고 싶었다. 그렇게 유유히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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