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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Mar 19. 2019

선물

#088_선물

에이미가 뜬금없이 선물을 준다.


"루카스 선물이야."


헤드폰이다. 요즘 음악에 관심 있다는 루카스에게 필요한 선물이다. 다만 어릴 적 작은 생일선물 조차 받아본 기억 없는 루카스는 받는 것이 서툴다. 어린아이처럼 껑충 뛰며 소리라도 지르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잊은 모양이다.


"어, 응."


미적지근한 반응이 에이미는 의아하다.


"루카스, 내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 반응이 왜 그래."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궁금한 물음이었지만, 또렷하고 힘 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화난 것으로 착각한 루카스는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닌데."


"그럼 왜? 무슨 일 있어?"


평소 루카스는 낯을 가리거나 특히 이런 상황에 죄진 것처럼 목소리가 작아질 성격도 아니기에 그녀의 궁금증은 커진다.


"아니 좋은데, 뭘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가 살면서 주는 것만 해 봤지 이렇게 받아보는 건 처음이라"


"응? 루카스 너 여태껏 어떤 여자들을 만나온 거냐 선물하나 못 받아보고, 그래도 그렇지 너 평소엔 감정표현 그렇게 잘하면서 지금 이러는 거 맘에 안 들어서 그런 거 아냐? 괜히 핑계 대느라 말 돌리지 말고 바른대로 말해. 맘에 들어 안 들어?"


외향적인 척 흉내는 내지만 인생의 반을 소극적이게 살아온 루카스에게 의도치 못한 상황은 어렵다. 그저 좋다는 표현이, 한마디 말이 중요했지만 당황한 그는 어찌 기쁨을 표현해야 상대방이 선물 준 것에 기분 나빠지지 않고, 진심으로 좋아할지 고민하느라 고맙다는 말을 전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음, 음, 아, 아."


음향을 확인하듯 목소리를 내며 목을 좌우로 늘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에이미, 선물 너무 좋아 딱 갖고 싶었던 거야. 근데 내가 고민을 해버렸네 어떻게 기뻐해야 할지 말이야. 간혹 누군가에게 큰 선물을 받으면 어떻게 좋아해야 상대방에게 진심이 전해질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근데 아직 방법을 못 찾아단 말이지. 하하하"


"루카스 넌 뭘 도대체 그런 거까지 고민을 하니,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는걸 말이야. 지금 너 같은 표정만 아니면 돼."


"아! 그런가?"


준 만큼 받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물질적이건 비 물질적이건 말이다. 적잖은 금액의 헤드폰에 부흥할 만한 비 물질적 기쁨을 되돌려 주자니 보통 고민이 아닐 수 없던 거다. 루카스는 '지금 너 같은 표정만 아니면 돼'라는 에이미의 말에 깨닫는다. 기쁨은 생각할 대상이 아니라는 걸, 선물을 받아 즐거운 마음은 전두엽까지 끌어와 고민할 대상이 아니었던 거다.


"멍청아, 선물 받으면 그냥 좋아하면 될걸 뭘 어떻게 좋아할지 고민하고 있니. 내가 고민이다. 선물을 주고도 내가 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말이야."


"그러니까 선물을 자주 주면 되지 않겠어? 점점 더 본능적으로 기뻐하게 말이야?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 더 많이 경험시켜 주면 될 거 같아."


"루카스, 그런 뻔뻔함은 원래 그런 거니 그런 것도 연습한 거니? 너 가끔 보면 아주 이중적이야."


"이 정도는 해야 먹고살지 않겠어? 나 원래 내향적이라고, 생을 이어나가려면 이 정도는 연습해 줘야 해. 그래서 다음 주 선물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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