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정수집

그깟 술 "안 먹고 말지"

'작심삼일' 이겨내는 방법

by 감정수집



술을 멈추게 한 4가지 계기

혼술을 꾸준히 할 만큼 술을 즐겼습니다. '술 잘 먹네'라는 말도 종종 들었지만, 소화기관이 약해 기복이 심하긴 했습니다. 그러다 4가지 요인을 한 번에 맞닥뜨리며 술을 끊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여자친구와의 다툼이었는데요. 술을 마셔도 사고는 치지 않았지만 술을 마시면 텐션이 과하게 오르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주변 모든 사람이 분위기도 즐거워지고, 그렇게 취해도 나쁜 짓은 안 해서 괜찮다고 했지만 여자친구는 싫어하길래 그냥 "안 먹고 말지"라고 했습니다.


둘째, 과거 운동 모임에서의 경험입니다. 술을 많이 드시는 분들이 특정 나이 때가 되면 인지능력이 눈에 보이도록 떨어지더라고요. 그게 40, 60 이렇게 시기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저도 저하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술만 마시면 기억이 안 났고, 평소에도 인지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셋 째는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발병입니다. 이미 이전부터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는데, 급격히 심해지시더라고요.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인데 왜 네가 술을 끊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병은 유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그리고 DNA 검사를 해보니 유전적으로 당뇨 가능성이 있는데, 심혈관계 질환이 알츠하이머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넷 째는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40살부터 술을 마시자 말아야겠다고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어느 한 가지 계기로 시작됐다기 보단, 계기를 한 번에 맞닥뜨린 게 계기가 됐네요.




'결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술을 끊겠다는 마음만으로 끊기 쉽지 않습니다. 온갖 압박과 유혹이 도처에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사회생활에서 술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그래서 어려운 자리에서는 솔직히 아버지의 알츠하이머를 핑계 대기도 했습니다.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해서 그다지 만날 일도 없고, 요즘 만나는 친구들 사이에는 제가 나이가 많은 편이라 누군가 제게 강요할 일도 없었습니다. 즉, "나는 끊고 싶은데 주변에서..."라는 핑계가 제게는 작용할 게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이런 환경까지 뒷받침된다고 해도, 줄이거나 가끔 마시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끊을 수 있을까요. 저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본 내 모습

저는 사실 남들이 잘 못 끊어내 것을 잘 끊는 편입니다. 라면도 인스턴트 봉지라면은 끊은 지 8년 차고, 빵도 일주일에 세네 번 먹던 것이 이주에 한 개 정도 먹습니다. 주스 같은 과당 음료는 1년에 한두 잔 먹을 정도고, 아이스크림은 일 년에 할당량 두 개 정해두고 먹습니다. 작년엔 1개 먹었네요. 다 잘 먹던 것들인데 말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냥 그런 것을 잘 참는 편입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이런저런 관심이 많아 배우는 걸 즐기고 집중하다 보니 술 생각이 나도 "그냥 그렇구나"하며 넘어갑니다. 먹는 즐거움이 없어도 즐거움을 느낄 곳이 많았거든요.


그러다 최근에, 어떤 책을 읽으며 술을 끊을 수 있던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자체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므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술을 끊는 내 모습 자체를 좀 멋지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라는 거였습니다.




나를 사랑하면 얻는 힘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잖아요. 저는 이것을 현재 지금의 나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과, 나를 제삼자로 봤을 때의 모습, 즉 객관화하여 스스로를 봤을 때 사랑하는 것으로 분리해 봤습니다. 그러니 현재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은,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수용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제삼자 입장에서 바라보니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하는 자신의 모습을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작심삼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 말의 원인이 의지로만 해내려고 하는 행동의 결과라고 봐요. 목표를 위한 집념이나 결심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 스스로를 봤을 때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으로 무너져버리니까요. 그저 버티는 것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버티고 인내하는 모습 자체를 멋지다고 생각하면, 내가 어떤 일을 하려다 방향이나 목표가 약간 바뀌어도, 심지어 길을 잃더라도 몰두하고 감내하는 나의 모습을 칭찬하고 싶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의지가 부족해", "열정이 없네"라는 말들을 귀담아 힘내려고 하면 어느 순간 무력해지고 맙니다. 그러니 비록 작심삼일이어도 작심삼일을 작심삼일 하며 버티는 모습 자체를 멋지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힘든 일도 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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