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해 동네 아저씨들 10명이 퇴근 후에 모였다. 시시덕대며 기타 하나씩 둘러메고 오는 모습이 마치 아이들 같다. 옆집 형이 기타를 한번 배워보자고 알음알음으로 제안했는데 목표했던 10명이 금방 채워졌다.
그렇다. 4~50대 아저씨들에게 기타는 특별했다. 첫사랑의 추억이고 목마름의 대상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좋아하는 작고 귀여운 여학생이 있었는데, 자기보다 못생겼지만 기타를 아주 잘 치던 같은 반 친구에게 뺏겼다는,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뻔한 얘기부터 대학 다닐 때 그룹사운드 동아리에서 활동했지만, 본인은 악기를 다루지는 않고 나르기만 했다는 믿기 힘든 얘기까지, 수업 첫날은 기타 소리보다 추억이 더 풍성했다.
나와 기타의 인연도 동네 아저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 때 조그만 교회를 다녔는데, 기타를 잘 치는 형과 친구들이 많았다. 기타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멋있었고, 그래서 나도 인기 많은 교회 오빠가 되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 싹텄던 기타에 대한 내 마음에 30년 동안 물을 주지 않았다. 대학 때 동아리방에서, 또 총각 때 혼자 살던 빈방에서 몇 번이나 생각은 있었지만 행동이 따르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재까지 5번 수업을 진행했는데 평균 나이 50살인 우리의 열정은 대단하다. 처음 기타를 잡은 형님도 벌써 코드 6~7개를 거뜬히 외웠고, 퇴근 이후 꼭 1시간씩 연습을 하고 잠자리에 드는 형님도 있다. 나를 포함해 모두가 왼손가락 끝에 훈장 같은 굳은살이 생겼다. 선생님도 놀랄 정도로 우린 빠르게 ‘교회 오빠’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주엔 ‘슬로 고고’ 주법으로 김광석 님의 ‘이등병의 편지’를 이등병이 훈련받듯이 군기 잡힌 채로 어설프게 끝까지 합주했다. 다음 시간엔 벌써 뜯는 주법인 ‘아르페지오’에 들어간다고 한다.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하신 선생님이 그러신다. “그 나이에 이렇게 기타 치며 즐겁게 노는 게 좋은 거 아니냐고? 그러다 좀 잘 치면 동네에서 연주회도 하고 버스킹도 해보라고” 아직 우리가 제대로 한 곡이라도 마스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뭐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40~50대 아저씨들은 요즘 힘들다. 직장에서나, 집에서는 상사에게 밀리고, 아이들에게 양보하고 ‘기타 등등’ 신세일 때가 많다. 우리는 기타 치는 수요일 저녁만큼은 ‘기타 둥둥’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