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술 한 잔 하지?”
“어디로 예약할까요?”
이제는 아련한 퇴근 전 대화의 기억이다.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 요즘 MZ세대에게 기성세대의 저녁이나 하고 가지? 하는 대화는 금기어다.
대학에서 학부공부를 마칠 즈음 대부분은 기업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면서 그 조직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한다. 나만 그랬나? 지금도 신입사원 면접을 보면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진화되는 직장인의 모습을 가만히 살피면 MZ세대의 사고는 크게 다른 것 같다. 기성세대 중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는 임원은 그때의 다짐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해져 직장 철학으로 화석화되었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회사에서 자신의 꿈을 정렬하고 때로는 전체주의의 한 부분처럼 일한다. 그래서 그들은 완벽한 꼰대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MZ세대는 처음의 다짐과는 다르게 각자도생의 길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라는 생각이 강해 조직의 발전과 자신의 발전이 연결되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결국 그들이 일하는 이유는 조직의 발전보다 자기 행복이 우선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천연기념물이 있기는 하다. 그 천연기념물은 기성세대가 정성을 다해 보호하기 위해 핵심인재라는 이름과 Succession Plan이라는 제도로 철저히 보호한다.
일주일에 52시간을 넘게 일하면 불법이 되어버린 시대. 우리 때는 야근은 필수라고 말하고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로 퇴근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도 시간이 부족한데’ 하는 말도 안되는 걱정이 참 꼰대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 노파심은 사실 나보다 내 가족, 내 아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살게 하기 싫다는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따지고 보면 조직의 발전에 앞서 자기 행복이 앞서니 결국 목적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워라밸! 왜 워라밸이 중요한가? MZ세대들은 일을 창의적으로 하고 싶다고 한다. 그들이 정말 창의적인가? 일을 많이 하면 창의적이지 못한가? 오바마가 한국 기자에게 먼저 질문할 기회를 준다고 했을 때,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아 결국 그 중요한 기회가 중국 기자에게 넘어갔던 부끄러웠던 사건. 그때 그 자리의 기자들은 기성세대만 있었던가? 꼬인 실타래를 풀려고 가위로 자르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방법이 정교하지 않다. 우리는 어떤 사안을 놓고 해결하려 할 때, 항상 떠오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착각에 산다. 방법론은 엄청 다양하고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것이 창의력 아닌가?
팀원들의 퇴근 시간이 자유로워졌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집나간 영혼 찾아 얼른 퇴근하세요.” 하는 말이 오후 6시 이후에 내가 하는 말이었는데 이제야 잘 따르는 것 같다. 그러나 대체로 그 이후의 늘어난 시간을 활용하는 연습이 되어있지 않아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까운 후배들이 간혹 보인다. 운동, 독서, 대외활동, 학습 등 미래에 대한 투자가 몇몇에 국한되어 실현된다. 그것도 못하면 선배와 소주잔 들고 일과 삶에 대한 논쟁을 하는 것이 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