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lden Tree Aug 12. 2022

마.침.내. 불안과 헤어질 결심

불교 경전 맛지마 니까야(132경)에 밑줄 긋기

나는 걱정이 참 많은 사람이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도 많이 하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크다.

성격탓이겠거니 해서 고쳐보려 노력해도 잘 안된다.

고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걱정 많은 성격을 고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엄마로 살아야 하는 날들 때문이다.

엄마가 걱정이 많고 불안해하면 그 영향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됨을 잘 알고 있다.




유산을 경험하고 찾아 온 아이였기에 뱃속에 있을때부터 걱정을 달고 살았다.

심장이 멈춘건 아니겠지하는 불안함에 정기검진 날 이외에도 수시로 병원을 찾아갔고, 임신 안정기에 들어섰음에도 뱃 속 태동이 잠잠한 날엔 혹시나 싶어 병원으로 냉큼 달려갔다.

뱃속에서부터 불안을 경험한 이 녀석은 중학생이 된 요즘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을 참 많이 한다.


내 불안함은 아들에게 그대로 전염됐다.


녀석을 볼 때마다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고 미안하다. 그래서 나의 불안함과 염려, 두려움과 걱정을 덜어내려 노력중이다.




불교를 공부하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초기불교 경전을 접하게 됐다.

내가 읽게 된 초기불교 경전은 맛지마 니까야이다.맛지마 니까야맛지마 니까야

불교 경전은 내게 불안함을 걷어내고 편안한 사람이 되라고 속삭였다.


경전 속 내용은 성경의 잠언과 비슷한 느낌이다.

번역본임에도 이해 가지 않는 구절이 참 많았다.

분명 한글로 쓰여져 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불교는 역시 어려운 학문이다. 

잘 읽히는 순간보다 막힐 때가 훨씬 많지만 그냥 읽어내려 노력중이다. 경전은 글로써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그냥 읽다보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읽으며 위로받은 문장을 소개한다.


지나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아직 오직 않은 미래를 바라지 마라.
지나간 것은 이미 버려졌고
다가올 것은 아직 여기 오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그 마음 상태.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 보라.


이 구절을 몇번이고 곱씹어 읽었다.


지나간 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 담을 수 없다.

그러니 후회해봤자 나만 속상하고 아플 뿐이다.

다가올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걱정한들 어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모습만 제대로 알아차리기에도 버거운 게 인생이지 싶다.

그런데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와 앞으로의 걱정까지 하며 살아내려니 늘 두통 약을 달고 살며 가슴이 답답해 공황장애를 의심한다.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생겨날 때면, 이 구절을 떠올리려 노력중이다. 그리고 플레이리스트에서 이 노래를 선택한다.(내가 좋아하는 이적의 버전으로.)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하루 버텨내는 게 최선이지 싶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맘을 잘 돌보고자 한다.

내 후회와 불안함이 아이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걱정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불안과 헤어질 생각이다.

마. 침. 내.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여신이 가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