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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머 Aug 02. 2022

물고기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물고기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 본 적이 많지는 않다. 


'강아지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음식이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주제는 한 번쯤 생각해 봤지만 물고기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인식을 면밀히 해 본적이 없을 것이다. 


내가 만난 첫 물고기는 아빠의 물고기였다. 생전 키우지 않던 물고기 한 마리를 아빠는 어디선가 구해왔다.

아빠의 손을 떠난 물고기를 키우는 건 나의 몫이었고, 물고기는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물의 세상으로 돌아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 또다시 물고기를 만나게 되었다.


그 뒤의 물고기는 할아버지의 손에 들려있었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생전 애완동물이라고는 키우지 않던 분이었다.


할아버지의 손에 들린 물고기는 한 마리였다. 빠알간 무늬를 가진 물고기 한 마리. 할아버지는 물고기의 종류를 몰랐고, 그래서 나도 물고기의 종류를 알 수 없었다. 물고기가 단, 한 마리인 것은 그 빨갛게 귀여운 아이가 성격이 드럽기도 드러워서, 다른 물고기를 물어뜯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빨이 있을까 싶은 깜찍한 얼굴에 다른 물고기를 물어뜯다니 물고기의 얼굴이 다르게 보였다.


물고기가 집에 오자마자 움직이는 물고기를 장난감으로 안 우리 고양이가 물고기를 잡으려 앞발을 물속으로 들이밀었다. 할아버지는 황급히 어항의 뚜껑을 만드셨다. 뚜껑은 모기장으로 만들어 물고기가 숨쉬기도 가능했으며, 4면의 이음새는 실로 꿰매어 어항 모양에 딱 맞춰주니 마치 어항에 맞춘 것처럼 딱 들어맞았다. 


내 손에 오자마자 일찍 죽어버린 물고기와 달리 할아버지가 키우는 물고기는 그 작은 물고기가 이렇게 오래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듯이 꽤 오랜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먹이는 하루 두 알,

물 갈음은 일주일에 한 번,

갈아야 하는 물은 수돗물로 하루 전 받아 놓기,


이 모든 과정을 할아버지는 물고기 키우기 로봇처럼 해당 시기에 맞춰  칼같이 지켜내셨다.


할아버지는 물고기에게 생명을 주었고, 물고기는 할아버지에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물고기는 세차게 꼬리를 흔들면서 수영했고, 할아버지는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셨다.



인간에게 물고기란 무엇일까?

애완동물조차 키워보지 않은 이들에게 시작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킬까. 물고기의 흔들거리는 꼬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한참 동안 이어갔을까. 물고기는 어둡고 캄캄한 혼자만의 세상에서 무슨 생각으로 꼬리를 살랑 흔들며 하루 종일 어항 끝에서 끝을 헤엄칠까.

물고기에게 인간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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