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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머 Oct 28. 2022

각자의 취향을 이해하는 방법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과 살다 보면  가지 갈등이 생기는데  가지는 ‘생활소음 대한 문제이다.


집에서 적막함을 즐기고 싶은 나와 달리 엄마는 TV 인생의 낙이다 싶을 정도로 TV 틀어놓고 살기 때문에 아침이면 TV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야한다.


 번째로 힘든 부분은, 나와 맞지 않는 인테리어 취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이 아닌 다른 공간의 인테리어는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포기하고 살아야만 한다.


거실이 보통 그런 공간인데, 어느 날인가 거실에 생긴 촌스러운 조화 꽃을 보고 나는 어김없이 엄마 취향이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엄마에게 한 마디 하기 위해서 시동을 걸었다.


“엄마, 이 꽃 어디서 났어?” 하고는,

곧장 ‘ 촌스러운 꽃을 어디서 사 왔대’라고 말해야지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는  예상과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할아버지가 지난번에 우리 꽃 샀던 꽃집에서 사 오셨대”


엄마의 대답에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진짜? 예쁘다”라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였다.


엄마는 이어서 눈치 없이 할아버지의 취향에 태클을 걸었다.


“아버지가 고른 거지? 조합이 촌스럽네”


나는 “왜, 화사하니 예쁜데”라며 다시 한번 선의의 거짓말을 하였다.


할아버지는 조화를 사신 것으로 끝나지 않고,

줄기를 다듬어 주고, 화분에 흙을 담아

조화에게 생명까지 불어넣으셨다.


조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실제 흙 사이로

벌써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조화를 무려 3 원이나 주고 사 오셨다고 했다. 나는 생화만큼 비싼 조화 가격에 놀라며, 할아버지가 혼자 가셔서 바가지를 쓰신  아닐까 하고 속상한 마음이 올라왔다.


시골에 갔을 때도 조화들이 이곳저곳에 달린 것을 보고 느꼈지만 할아버지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분이시다.


혼자 그것도 여러 가지 조합의 조화를 사 오신 것을 보고는 할아버지의 취향을 확실히   있었다.


할아버지는 ‘꽃’을 좋아하셨다.

너무 빨리 시드는 생화보다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조화를.


나는 할아버지의 취향을  가지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할아버지는 웬만해서는 무엇이 싫다 하시는  없이 그냥  좋다고 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확고한 취향을 알게 되니,

할아버지께 취향을 선물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할아버지가 조화를 3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주고 사셨다는 사실이 속상했던 나는 이런저런 조화를 살펴봤는데 생각보다 조화가 비싸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언니는 조화도 수입이면 비싸다는 사실을 말해주었고, 할아버지가 바가지 당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오해를  꽃집 사장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가을 분위기가 나는 조화 몇 송이와 꽃병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할아버지께 기쁜 마음으로 꽃을 선물해드렸다. 예상처럼 할아버지는 밝게 웃으며 좋아하셨다.


뒤늦게 들어온 엄마는 꽃을 보더니

“역시 젊은 사람 취향은 다르네, 아버지, 이것 봐봐 얼마나 예뻐”하고 말했다.


졸지에 할아버지의 취향을 촌스럽게 생각해  취향의 꽃으로 집을 채운 손녀가 되어버린 것이다.


할아버지께도 그런 마음으로 비칠까 봐 걱정이 됐다. 그저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것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화내지 않고,

“그래, 예쁘네. 가을이다”라고 답하셨다.


 각자의 취향을 이해할  있는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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