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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끝나고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멀고도 험한 유지어터의 길

비둘기만 귀소 본능이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우리 몸도 강력한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 몸이 빠른 변화를 싫어한다는 사실은 교정치료와 다이어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치아 교정과 다이어트는 인내의 산물이며 완성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 교정 시, 치아와 잇몸이 함께 움직이려면 적어도 1년에서 길게는 2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에 따른 인내심은 필수다.


나는 다른 이보다 뒤로 들어간 치아, 고르지 못한 치열을 맞추기 위해 사랑니까지 포함하여 총 4개의 치아를 뽑았다. 생니를 뽑고 남은 자리를 메우기 위해 치아 표면에 장치를 달고 매달 그것을 쪼이면서 치아와 치아 사이를 메웠다. 매달 New 통증은 덤이다. 장치를 쪼이면 잇몸과 치아가 비명을 지른다. 며칠 지나면 조금 익숙해지지만 완전히 익숙해질 때쯤 다시 장치를 쪼이면 결국 교정하는 내내 통증은 계속된다.


2년간 열심히 쪼이고 쪼아서 완성한 반듯한 치열. 오랜 시간 함께한 장치를 떼어내고 매끄러워진 이를 혀로 쓰다듬으며 기쁨을 만끽한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교정치료 후에는 반드시 유지 장치를 착용해야 한다. 윗치아는 탈부착이 가능한 틀니 모양의 유지장치를 껴야했고, 아래 치아는 아예 안쪽에 유지 장치를 붙였다.


심미적으로 고른 치아를 갖게 됐지만 아래 유지장치에 혀가 닿아 시옷 발음이 샌다. 노홍철의 th 발음을 나 역시 갖게 된 것. 하지만 유지장치를 떼면 이는 다시 돌아간다. 2년의 시간이 짧은 시간이 아닌데 치아가 지금의 상태를 기억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몸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몸도 마찬가지다. 20대 중반 승무원 1차면접을 한달 남겨두고 무리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몸이 상하는 건 중요치 않았다. 오직 보기에 좋은, 체중계 숫자를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였다. 아침에 양배추 조금과 검은콩 두 숟가락을 먹고 아침, 저녁으로 공원에 나가 빨리 걷기를 했다.


키 168cm에 목표 몸무게는 50-52kg. 면접 당일 공복 상태에서 53kg이 나왔다. 한달간 격렬하게 수분과 근육, 조금의 지방이 빠져나간 결과였다. 면접 결과는 안중에도 없이 끝났다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집에 와서 바로 갈비를 뜯었다. 한 달간 억누르던 식욕이 육즙과 함께 입 안 가득 터지며 환호성을 질렀다. 내 평생 가장 맛있는 갈비는 투플러스 한우가 아닌 한 달 다이어트 후 먹은 갈비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긴다. 먹고나서 바로 몸무게를 재봤는데 2kg이 늘어난 게 아닌가. 일시적인 현상이라 믿으며 다이어트 이전처럼 식사를 했는데 급격하게 몸무게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달만에 살 빼기 전 몸무게인 60kg으로 돌아갔다.


한달의 다이어트가 도로아미타불이 된 이유는 너무 급하게, 안 먹으며 몸을 혹사시켰기 때문이다. 정해진 날짜까지 슬림해져야 하는 미션이 있었지만 사실 건강하게 다이어트하고 이를 유지하려면 천천히 살을 빼야한다.


어떤 전문가는 몸무게를 한달에 1kg, 누군가는 3kg을 줄이는 게 적당하다고 말한다. 이를 비웃듯 최근 유튜브에서는 한달에 30kg 빼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엄청난 수치이지만 빼는 게 문제가 아니다. 빠진 몸무게를 유지하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진짜 다이어트는
다이어트가 끝나고 시작된다


목표를 달성한 이후부터 진짜 다이어트가 시작된다. 왜 100이면 100 유지가 어렵다고 말할까. 우리 몸의 귀소 본능, 처음으로 돌아가려는 성질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 일평생을 다이어트 식단으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먹는 걸 줄여서 살 빼고 이 상태를 유지하려면 죽을 때까지 아침에 사과 한쪽, 점심에 달걀 한개, 저녁에 단백질쉐이크 식단대로 살아야한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데. 이렇게 살고 싶진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살도 빼고 유지도 할 수 있을까?


다이어트에도 습관이 필요하다


몸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습관을 자기 것으로 인식한다. 일정한 규칙을 오래도록 유지하면 이것을 지키려는 습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3년 동안 아침점심저녁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먹었다고 해보자. 이 사람이 주말에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어 조금 살이 찐 것처럼 느낀다면 이것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 3년간 유지한 패턴이 있다면 몸이 이를 기억하여 돌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다시 먹던 양만큼 먹고 생활한다면 이 사람은 금방 자기 몸무게를 되찾을 것이다.


물론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건 쉽지 않다. 항상 일정한 양을 먹을 수는 없지만 규칙적인 패턴을 가지면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다이어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갈수록 속이 편한 식단을 찾다보니 점점 먹는 양과 고칼로리 음식 섭취가 줄었다.


아침식사: 7시 20분~25분

아침에는 달걀후라이 한장을 먹는다.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서 출근길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근해서 에너지바나 하루한줌견과류 같은 걸 먹는다.

남자친구가 싸준 도시락

점심식사: 1시 이후 틈틈이

점심에는 회사 근처 헬스장에 간다. 공복 상태로 싸이클 5분 + 근력운동 40-50분 하고 회사로 돌아와 점심을 자리에서 먹는다. 원래는 엄마가 볶음밥과 같은 도시락을 싸주셨지만 자리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걸 생각하다 보니 달걀, 감자, 체리, 방울토마토, 두유팩 등으로 먹게 됐다. 달걀 하나, 감자 하나 먹으면 보통 배고픔이 가신다. 그럼 몇시간 뒤 또 배고픔이 느껴질 때 방울 토마토와 체리를 번갈아가며 먹는다.

수고했으니까 저녁은 푸짐하게

저녁식사: 7시 10분에서 30분

저녁에는 일반식을 먹거나 약속이 있으면 외식을 한다. 닭 요리를 좋아해서 찜닭을 자주 먹고 그밖에도 쭈꾸미볶음, 비빔밥, 산나물 정식, 짬뽕, 탕수육 등으로 다양하게 먹는다.


배가 그득한 상태보다 공복으로 운동할 때 몸이 가볍고 효율성도 좋다. 점심시간에 공복 상태로 운동한지 한 달이 지나자 3kg이 빠졌다. 살 빼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근육을 만드는 것이었는데도 살이 빠졌다.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하면 더 효과적이었겠지만 먹고 싶은 걸 거스르면서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에 3번, 점심시간에 운동하고 삶에 규칙을 더한 결과, 근육이 붙고 살은 빠졌다.


계속해서 새 모이만큼 먹고 살 자신이 없다면 몸에 습관을 들여주자. 인내심이 필요하겠지만 몇년간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몸이 그에 적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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