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 이우걸

by 이광

팽이


이우걸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필자가 등단 이전부터 가슴에 품어 왔던 작품입니다. 살면서 수시로 부딪히는 난관이 우리의 현실임을 일러주는 동시에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북돋워 주는 명작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1970년대의 시대적 상황이 감지되고 있지만 그보다도 ‘가혹한 매’를 생의 근원적인 고통으로 받아들일 때 이 작품이 던지는 감동의 진폭은 더욱 크다 하겠습니다.


가혹한 생존 환경에서 절실하게 그려내는 희망의 무지개, 이를 바라보며 고통을 견디는 인간의 비장한 모습에 사뭇 경건해지기까지 합니다.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는 시인의 육성은 상황을 피해 달아날 수 있음에도 ‘쳐라’ 하며 단호히 맞서는 강단으로 사람들의 용기를 자극하지요. 중장보다 다소 묵직한 저음으로 다가오는 종장에서는 꾹 참고 기다려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접시꽃이 눈부십니다. 이는 중장에서 용기를 얻은 이들을 다시 한번 격려하고, 여전히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해 줍니다.


종장 마지막에 굳이 ‘하나’라는 셈씨를 붙인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으로 끝맺었을 경우 종장의 음수율은 딱 들어맞으나 꽃은 동적이라기보다 정적인 모습을 갖습니다. 반면 ’접시꽃 하나‘라고 명명함으로써 각자 개체로서의 생이 자연스럽게 호명되며 독자는 ’피어나는‘ 그 실체와 동일시를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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