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친구

오거스터스 리어폴드 에그, <여행 친구>, 1862

by 서하루

이 작품을 보는 감상자는 추억 속 기차여행을 떠올릴 수도 있고, 창 밖 풍경을 보며 지중해 바다를 떠올릴 수도 있고, 또 제목 덕분에 여행을 함께 했던, 또는 여행지에서 만났던 친구를 떠올릴 수도 있다. 어쩌면 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시차를 두고 책을 보다 잠든, 혹은 그 반대로 행했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낸 그림으로 볼 수도 있겠다.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그림이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며 언니를 떠올렸다. 함께 여행하면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배려하고 또 취향이 잘 맞을 수 있는 여행 친구인데, 40년이 가까워지도록 둘이 함께한 여행은 제주도 3박 4일 단 한 번뿐이었다. 때는 코로나 시국이었고, 남겨진 사진 속 우리는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어렵게 골라 예약했던 오름 전문 촬영은 모든 결과물이 다 엉망이었고, 날씨마저 진창이었다. 우리끼리 자주 내뱉는 말 그대로 “인생이 왜 이러죠?” 상황이었달까.


그런데 인생은 원래 그렇다. 악재가 겹치거나 혼자 실수 연발일 때마다 “왜 나에게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비슷하게 웃프게 살고 있다. 그 웃픈 삶을 소중한 추억 삼아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렇다. 내 인생 최악의 제주 여행을 떠올리고 또 인생 최고의 여행 친구를 생각하면서 이 그림을 아주 흐뭇하게 감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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