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에게

요하네스 베르메르, <레이스 뜨는 여인>, 1669-1670

by 서하루

베르메르는 여성을 참 부드럽게 그린다. 둥글고 완만하게 넘어가는 선과 그라데이션 덕분에 보는 사람은 늘 흐뭇한 기분으로, 지긋이 그림을 바라보게 된다. 마음이 따뜻한 화가였을까? 그 당시 레이스를 뜨는 일이 뭐가 특별하다고 이토록 섬세하게 포착했을까.


얼마 전 집에 커튼을 달기 위해 전문가 선생 친구와 함께 동대문을 다녀왔다. 섬유 분야에는 일자무식인 내 손을 잡고 친구는 동대문 상가를 종횡무진했다. 나는 순진하게 감탄사를 연발했다. “너무 예쁘다”, “뜨개질하고 싶다”, “자수 놓고 싶다 “ 등등. 친구는 또 천지분간 못하고 날뛰는 나를 잠재우며 커튼 가게 사장님과 흥정을 했다.


이 작품과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낭창낭창하게 동대문을 쏘다니던 내 모습과 “뜨개질? 역시 재밌어 보이는데…”였다. 그런데 글을 써 내려갈수록 그날 친구가 바보 같은 나를 이끌고 다니면서 고생했을 시간과 정성이 느껴졌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경험할 수 있는 뭉클한 순간은 역시 예상치 못할 때 온다.


글을 마무리한 뒤에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야겠다. 사랑한다고-.


keyword
화, 목, 토 연재
이전 14화고난 뒤에 얻어낸 자유로움. 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