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며 실례를 범하지 않는 방법

펠릭스 발로통, <벽난로 앞의 누드>, 1900

by 서하루

춥다. 추워서 벽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다. 그런데 흩어진 옷이나 흘러내린 담요를 왜 입지 않고선…. 화가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델이었을까? 잠깐 쉬는 시간에 불을 쬐며 몸을 녹이고 있던 중 화가가 마침 그 장면이 마음에 들어 캔버스에 담아냈을지도 모른다.


나도 학부 1학년 때 누드 크로키를 그렸던 적이 있다. 실제 모델이 아주 추운 겨울에, 서울 평균 온도 보다 5도는 낮을 것 같은 관악산에, 평균 학교 건물 온도보다 -10도는 낮을 것 같은 오래된 미술대학 건물에 왔다. 그런데 누드 크로키 수업은 마치 체벌과도 같아서 그 수업을 통해 내가 무언가 배운 기억은 전혀 없고, 모델이 너무 추웠을 거라는 생각과 실제로 그녀가 쉬는 시간마다 몸에 담요를 둘둘 싸매셨던 장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즈를 취하는 시간엔 한 번도 떨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셨던 프로페셔널했던 인상이 남아있다. 디자인과였던 내가 누드 크로키를 추가 수업료를 내가며 왜 그려야 했는지 아직도 이해는 안 간다.


당시 내 그림은 아주 형편없었기에 고생한 모델에게도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우려가 이 그림을 보며 떠오른다. 그래도 이 그림 속 여성은 아름다운 패턴의 바닥과 대조되는 어두운 실내 풍경 가운데 주인공이 되어 작품으로 남았는데… 그때 나도 결국 그 수업에 참여한 이상 크로키에 열중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델은 프로였지만 나는 불성실한 학생이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실례 아닌 실례를 범하지 않으려면 결국 내가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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