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이별하기

에드바르트 뭉크, <별 아래에서>, 1905

by 서하루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에서 포옹하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상상해 보자. 이별을 앞둔 가족, 또는 연인일까? 내게는 어쩐지 한 명의 주인공과 그 사람 내면에 쌓여있는 고통이 의인화되어 현현한 모습으로 보인다. 그는 ‘고통’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고통이 주체가 되어 나를 그 안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니다. 어두운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덩어리도 결국 나를 구성하는 요소이며, 이제는 나를 위로해 주기까지 한다. ‘앞으로 나는 네 안에 영원히 머물지 않을 것이니 이제 그만 일어서도 된다’고 속삭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정말 이제 고통과 이별하는 순간이 왔고, 그것을 떠나보내면서 성장이 되어준 고통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상황 일지도 모르겠다.


뭉크의 작품은 늘 어둡지만 감상할 때마다 그 안에서 애절함을 느낀다. 배경과 이어지는 인물의 몸체와 서로를 감싸 안는 듯한 자세가 조금의 슬픔과 그 보다 조금은 더 많은 사랑을 갖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번 그림도 마찬가지다. 어쩐지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의 포옹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자세를 보아 그 관계의 깊이를 알 수 있어 낭만적이다.


만약 지금 내 안에 고통을 품고 있다면 오랜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이 그림을 보며 고통을 끌어안고, 녹여보고, 그리고 종내는 이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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