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매체, 미술

박이소, <당신의 밝은 미래>, 2002

by 서하루

여러 대의 환한 조명이 흰 벽을 비추고 있다. 가정용 전구가 아니라 훨씬 밝은 산업용 램프 덕에 공간은 정말 밝게 빛난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다. 매우 단순한 작품이다. 게다가 조명을 받치고 있는 나무 기둥이 미학적으로 균형 잡혔거나 “아름답지”도 않다. 이 작품의 핵심은 감상자가 밝은 빛의 울림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보고, 읽어낼 수 있는가에 있다.


2023년에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작가가 내 인생을 비아냥댄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내 인생을 이 텅 빈 공간이 나타내주며, “잘 봐, 아무것도 없는 백지가 네 미래야”라고 제목이 말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을 다시 보니 작가가 나를 응원해 준다는 생각이 든다. 얼기설기 어설프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내 미래를 밝게 비춰주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달까.


어떻게 감상이 이렇게 180도 바뀔 수 있는지 놀랍다. 아마 지금 나의 마음 상태를 비춰주는 마법 같은 역할을 작품이 해주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에 미술만 한 매체가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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