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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강준 Nov 26. 2024

끄적이다가 깨달은 것

매일 예측할 수 없는 시간대에 자연재해가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25m/s의 풍속으로 머릿속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는 생각의 태풍이 나를 괴롭힌다. 정말 괴롭다. 아프다. 태풍을 형성하고 있는 생각들이 얽히고설켜 복잡하다. 추상적이다. 이럴 때 내가 꺼내는 카드는 '끄적이기' 또는 '나열하기'이다. 


응집되어 있는 생각들을 흰 종이 위에 끄적인다. 하나도 빠짐없이 일렬종대로 나열한다. 때로는 가로로 줄지어 세운다. 키워드로 적힌 '요놈들'의 얼굴을 보니 참으로 다양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내 머릿속에 이렇게 이질적인 녀석들이 한데 뭉쳐있어서 서로에게 불만을 품고 싸움을 한 건가? 서로의 영토를 빼앗아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전쟁을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런 생각들의 전쟁을 태풍으로 느꼈구나,라는 것을 끄적일 때마다 깨닫는다. 그리고 더 중요한 깨달음은 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누는 생각들을 종이 위에 결박해야 평화롭다,라는 것이다.


- 작가 이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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