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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강준 Dec 03. 2024

끄적이다가 깨달은 것(2)

책을 읽다 보면 '눈걸음'을 멈추게 하는 문장들을 만난다. 다음 문단 또는 페이지로 못 넘어가게 한다. 아니, 자발적으로 몇 분간은 더 읽지 않는다. 읽기를 '보이콧' 한다. 


읽기를 거부하는 그 시간 동안, 나를 멈춰 세운 문장을 가지고 논다. 감탄을 자아내게 한, 이 한 줄을 노트 위에 굴린다. 펜의 볼을 굴리면서 말이다. 주어를 서술어 위치로, 서술어를 주어가 있던 자리에 옮겨 보기도 한다. 내 생각을 덧붙여 뚱뚱하게 만들어 본다. 별로다 싶으면 펜으로 '찍찍' 그어 다이어트시킨다. 내가 알던 홀쭉한 녀석으로 돌아왔다. 이 녀석을 괴롭히는 마지막 방법은 '세상에 공개하기'이다. X, 스레드, 블로그 등의 SNS에 녀석의 얼굴을 알린다. 녀석의 동의는 없었다. 




나를 감동시킨 문장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메모는 그 자체가 글쓰기이고 생각하는 과정이며, 훌륭한 글감이다. 무엇보다 메모를 해야 뇌가 자꾸 새로운 생각을 한다. - 강원국 『강원국의 글쓰기』


2. 상대를 존중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언어는 기품이라는 날개를 달고 어디든 날아갈 수 있다. - 김종원 작가


3. 분노는 내 속을 태운다. 괴롭다. 그것이 화병이다. 화병은 용서하지 못하고, 타인의 잘못에 집착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병이다. 분노를 품고 살아가는 것은 잘못은 상대방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지속적으로 벌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김주환 『내면 소통』


4.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는 상대의 언어를 사용한다. - 맥루한


5.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문장들을 끄적일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한두 줄을 적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썼다 지웠다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그러고는 깨닫는다. 


'뼈를 갈아서 문장들을 만들고, 문장들을 모아 문단으로 구축하고, 구축된 문단들을 예쁘게 포장해 책 한 권으로 만드는 사람은 정말 위대하다'라고.


- 작가 이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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